▲ 지난 3월 28일부터 인제대학교 본관 앞에서 이 대학 이병섭 교수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제자들은 이 교수의 복직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나는 강단에 서고 싶다."
 
지난 3월 28일부터 인제대학교 본관(인당관) 입구에서 이 학교 교수가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인공은 신문방송학과 이병섭(51) 교수. 1996년 신문방송학과가 신설되던 해에 임용돼 인문사회대 부학장을 두 차례 거쳤고 지난해 1학기까지 강단에 섰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직 상태이다.
 
인제대학교는 지난해 6월 교원인사규정과 교수업적평가시행세칙을 바탕으로 교원재임용심사를 실시했고 '연구업적 미흡'이라는 사유로 이 교수에게 재임용거부 처분을 통보했다. 학교 측이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밝힌 재임용거부처분 사유에 따르면 "이 교수가 재임용 기간 3년 동안 겨우 논문 2편만을 집필했으며, 그 중 하나도 교원업적평가시행세칙 상에 명시된 외부심사를 받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대학 "실적 미흡"- 교과부 "재량권 남용"
일부에선 "학교 정책 비판에 미운털"

하지만 이 교수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논문 실적은 이행해 왔으며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재량행위이고, 학교는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11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나왔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연구업적 미흡이라는 사유로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하게 심사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번 재임용거부 처분은 학교 측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것이므로 재임용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 교수는 보조참가인으로 교과부와 함께 법정에 참여했으며, 5월 중순 행정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인제대학교 측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학교의 공식 입장 및 차후 대응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전했다. 이 학교 대학신문사 편집국장 김다솜 씨는 "이병섭 교수 사태에 대한 학교 측의 주장을 취재하고자 학교 교무처장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도 교무처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부재중이었고 교무처 관계자는 처장의 개인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인제대학교 교수평의회는 지난 1월 김해 캠퍼스 175명의 교수들이 연명한 탄원서를 받아 총장과 재단 이사장에게 제출했다. 고영남 교수평의회 의장은 "이번 사태는 이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든 교수신분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고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교 측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도 이 교수의 재임용 거부 처분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신문방송학과 한소라 양은 "학생들에게 충실한 수업 내용으로 깊이 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 이런 일을 겪게 되니 가슴이 아프다"며 "시위 현장에 나와 교수의 곁을 지키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가 사용하던 연구실 문에는 이 교수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신문방송학과 졸업생들도 이번 일에 발벗고 나섰다. 일부 졸업생은 이 교수와 함께 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학과사무실에는 졸업생이 서명한 150여 건의 탄원서가 들어와 있다. 또 다음 아고라에서도 이 교수 재심사 서명운동이 현재 진행 중이며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이 교수의 재임용 거부 취소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점차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이 교수가 종종 학교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제시해 오다 '미운털'이 박혀서 재임용심사에서 본보기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은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학교 측은 현재 이 교수에게 백병원으로 이직하거나 다른 직책을 권유하는 등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교수는 원래의 교수직으로 원상회복시켜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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