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5회 가야문화축제에서 '가야의 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 매년 비슷하고 산만한 축제 프로그램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김해 최대 지역축제인 가야문화축제가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이고 산만한 프로그램 배치에다 운영 미숙이 겹쳐 볼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3무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축제 이후의 평가는 객관성을 상실한 채 부풀려져 축제를 개선할 여지마저 없애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시에 따르면 6억8천200만 원을 들인 제35회 가야문화축제가 지난 4월 17일 5일 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렸다. 김해시는 축제기간 동안 관람한 인원이 100만 명을 초과했고, 1인당 2만~3만원씩의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해 경제파급 효과는 300여억 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해시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축제를 지켜본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해시 생림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화가 주정이(67) 씨는 "김해시가 이번 축제를 관람한 인원이 100만 명을 초과했다고 했는데 이런 허무맹랑한 발표가 어디 있느냐"면서 "남녀노소 불문한 50만 시민 전체가 2번씩 봤다는 결론인데 실제로 외지인들이 그렇게 몰려 왔다면 승용차 2만 대, 관광버스 2천 대가 매일 들락거리며 김해시가 마비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제 내용에 대해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조미령(40·여·삼계동) 씨는 "지난해 보고 체험했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라 재방송을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불평했다. 중국 유학생을 안내하며 축제를 함께 돌아본 대학생 강모(20·인제대 2) 양은 "중국 학생이 축제가 너무 단조롭고 볼 것이 없다고 말해 조금 창피했고, 나 역시 실망이었다"라고 말했다. 정혁(42·내동) 씨는 가족들과 함께 축제를 돌아본 뒤 "해마다 너무 똑같다.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더 발전된 모습이기를 원했다.
 
지난 2008년 '가야문화축제의 발전 방안'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인제대 원종하(국제경상학부) 교수도 "가야문화축제는 지역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차별화되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축제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코주부 김성환 화백이나 한글학자 허웅 선생 등 산재한 김해의 인적자원과 축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봉하마을이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등 관광자원과 연계할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축제를 찾은 관람객이 1~2시간 내면 구경을 끝내고 볼 것이 없어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김해여성복지회관 장정임 관장은 "가야문화축제가 35회를 넘길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가야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이 만들다보니 축제를 관통하는 큰 주제가 없고 프로그램들이 산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제전위원회에 참여해 가야문화축제를 스토리가 있는 명실상부한 지역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에 따르면 축제평가단(책임연구원 류정아·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오는 6월께 평가 자료를 발표할 계획이며, 김해시와 제전위원회도 올해 행사 진행의 미숙한 점과 미흡했던 점을 분석하여 내년의 행사에 대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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