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제35회 가야문화축제가 열렸다. 김해시가 6억8천만 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여 주최하는 이 축제는, 구태의연한 프로그램들이 매년 재탕돼 볼거리도, 살거리도, 즐길거리도 부족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김해뉴스>는 지난달 27일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학계 인사를 초청해 '가야문화축제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판화가 주정이 씨, 김해여성복지회관 장정임 관장,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원종하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취재보도팀 박진국 팀장이 맡았다.


-이번 가야문화축제는 생각보다 썰렁했던 것 같습니다. 종종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주정이(이하 주)=지역문화축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축제로 인정받은 개천예술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이는 지역마다 특화된 축제 외에 전통적인 방식의 축제가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해 풍토 중에 비전문가들이 검증된 전문가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예로 가야문화축제라고 하면 가야문화에 대해 공부하거나 아는 사람이 조직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행사나 프로그램이 가야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가야문화를 전공한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집행위원들도 읍, 면, 동 대표 정도입니다. 보수도 없습니다. 보수를 안 받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아마추어라는 얘기 아닙니까?
 
▶장정임(이하 장)=축제를 보면서 축제가 가야문화 정체성을 기반으로 기획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이죠. 특히 이번 축제는 제대로 기획된 거 같지 않습니다. 지난번 축제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빼고 넣은 정도입니다. 그러면 지난 번 축제는 좋았습니까? 큰 예산을 비전문가들이 아무렇게나 주물러서 김해를 심화·발전시킬 기회를 다 놓치고 있습니다. 제전위원회 조직의 전문성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제전위원장은 상징적이고, 사실 사무국장이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잘못됐습니다.
 

-원종하 교수께서는 '가야문화축제의 발전 방안'이라는 본문도 쓰셨던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종하(이하 원)=연구하면서 나름대로 느꼈었는데 두 분 말씀에 공감합니다. 일단 콘텐츠가 없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걸 가지고 올 사람이 없습니다. 논문에 썼듯이 전문가를 영입해야 합니다. 조직위원회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매번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뀌지 않는 조직은 한계가 있죠. 또 커뮤니케이션도 한계가 있어요.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없습니다. 또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콘텐츠를 가지고 비즈니스까지 연결돼야 합니다. 축제에 온 사람들이 머무르고 돈을 쓰도록 해야 하죠. 하지만 1~2시간이면 다 끝나버리죠. 경제전문가, 역사전문가들이 모여 의논을 해 포커스를 정해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닙니까.
 

-가야축제를 좀 더 사랑받고 수준 높은 축제로 바꿀 방법은 무엇입니까?
 
▶주=개선하려면 옛날 가락문화제처럼 한바탕 놀고 즐기는 잔치마당으로 갈 건지, 문화적인 전문행사로 갈 건지를 주최 측이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저는 고품격 문화축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지금 가야축제처럼 노는 데만 치우쳐선 안 됩니다. 관에서 주도하는 먹고 즐기는 동네 축제는 선거운동밖에 되지 않습니다. 동네 축제가 되려면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것이어야 해요.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드라마 김수로만 보더라도 가야에 관한 얘기라며 제철 전과정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축전은 그것도 못하고 있어요.
▶장=좋은 축제를 만들려면 축제 기획자들이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가져야 합니다. 전혀 그런 소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기획을 하니까 축제 수준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죠. 지금처럼 동네축제 하려면 예산을 줄여야 합니다. 제전위원회가 폐쇄적인 이유가 폐쇄적 인적자본을 통해 시장 선거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 아닐까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고 더해져야 합니까?
 
▶장=가야문화축제 프로그램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가 있어야 해요. 특히 개막식·폐막식이 굉장히 의미있는 행사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 특설무대에서 열린 석전놀이, 제4의 제국, 아시아 공연예술제 등 각 프로그램들이 예전과 다른 게 없어요. 제전 같은 창의성과 영감, 아름다움이 없어요. 기획자의 상 차리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개별 공연은 좋으나 어떻게 잘 차려놓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없다 보니 비빔밥을 만드는 겁니다. 주최측이 내세운 '새로운 김해'는 굉장히 정치적입니다. 구체성이 결여됐어요.
 
▶주=가야문화축제는 잡화점이나 다름없어요. 전국적으로 성공했거나 대단히 호응을 받고 있는 행사는 특화된 문화행사입니다. 가야문화축제는 '가야'를 붙이기에는 맞지 않다는 거죠.
 
▶원=저는 시간과 공간적인 문제를 나누고 싶습니다. 축제를 5일 동안 진행할 콘텐츠가 있습니까? 이번 행사가 5일 동안 돈을 쓰면서 할 행사입니까? 공간적인 문제도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가지고 갔느냐 하는 걸 고민해 볼 필요 있습니다. 주변의 공간들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죠. 1시간만 투자하면 다 보고 가는 건 효과적이지 않죠. 또 축제는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생각에 있는 걸 풀어낼 수 있어야 하고 또 여기에 맞는 어휘, 문체 등으로 적절히 홍보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그걸 행위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도록 해야 합니다.
 
▶주=아쉬운 게 봉하마을 왔던 사람들을 여기에 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가까운 부산 사람이라도 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안 했죠.
 
▶원=클레이아크도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얼마나 불편합니까. 그러면 축제기간 동안 연계시켜 구경하도록 해야 합니다. 주변의 공간적인 요소와 결합하도록 말입니다.
 

-축제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고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씀이시죠?
 
▶주=예를 들어 코주부 김성환 화백이 진영사람이에요. 그 사람의 위상이 엄청나죠. 펜화는 세계 1인자나 다름없습니다. 허웅 선생만 해도 한글학회 회원들을 다 집결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대원군 돌비가 만장대에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죠. 구지봉에 한석봉의 글이라고 추정되는 게 있는데, 이런 걸 축제와 연계시켜 사람들이 보고 가게 해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나 거창연극축제의 경우 입장료 수입이라도 있는데 김해는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장=가야문화축제에 들이는 예산이면 지역문화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잡화점이죠. 장유화상고유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무대도 안 어울리는데서 했어요. 관계 있는 절에서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석전놀이도 무대용이 되면 안되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놀이를 해야 합니다. 무대에 가지 않아야 할 게 무대에 가고, 참여 프로그램은 무대에서 합니다. 구경하고 참여할 거리가 없다는 얘기죠. 가야문화축제에는 음악, 미술 등이 조화돼 예술가들이 그 안에서 돈도 벌고 완성된 모습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돼야 해요.
 

-가야의 문화축제로 거듭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아까 말씀드렸듯이 조직위의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좌담회를 자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종국적으로는 가야문화축제를 문화경제축제로까지 끌고 나가야 합니다. 김해 중소기업을 찾는 외국 바이어들이 와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최근에 들어서 체험형 축제로 달라지고 있긴 하죠. 결국 축제는 교육의 기능까지 같이 열어 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주=먼저 엉터리 축제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김해시는 5일 간 관람한 인원이 100만 명을 초과했다고 했는데 김해시민 50만 명입니다. 갓난 아이, 노인 등 모두들 데리고 50만 인구 전부가 2번을 나와야 100만 명입니다. 경제파급효과 300억 원 추정도 대충했어요. 100만 명이면 승용차 2만대, 관광버스 2천대가 매일 와야 하는데, 그러면 김해 시가지가 마비됩니다. 이런 허무맹랑한 발표가 어디 있습니까.
 
▶원=동의합니다. 축제를 주관한 측에서 구미에 맞는 평가원에 평가를 의뢰하면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가원을 두 군데 줘야 합니다. 공평성을 위해서죠.. 평가 자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평가서가 자꾸 나오니까 시는 변화의 노력이 없는 거죠.
 
▶장=지금은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죠. 관광객도 유입시키고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해선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급여를 받고 일해야 한다는 거죠. 또 지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너무 외부 사람만 유입시킨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고 해도 김해에 대해 잘 모르면 특별한 게 나올 수 없어요.
 
▶주=결국 만물상 안에서 특화를 해야 한다는 거죠. 김해에서 가야문화, 허왕후, 철기문화 등이 있는데 그런 걸 조화를 시키든지 그 셋 중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든지. 그래서 다른 축제와 차별화되고 흥미를 느끼게 해야 합니다. 특화하게 되면 한 가지에 집중해서 개발할 수 있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볼거리는 많아지게 되죠. 그러려면 전문가 집단의 조직이 구성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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