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의전당 사장 공모 공무원 내정설
공고~마감일 열흘 불과해 "요식 행위"
여론 "노후보장용? … 절차 다시 밟아야"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자리에 퇴직 공무원이 오는 건 문화에 대한 심각한 테러입니다.'

김해문화재단(이사장 김맹곤 시장)이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채용 공고를 내자 김해의 문화예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김해시가 이미 한 퇴직 예정 공무원을 사장으로 내정해 둔 상태에서 요식 행위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해문화재단은 지난 3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김해문화재단 위촉직 채용 공고'라는 제목으로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채용 공고를 냈다. 김해문화재단은 9~13일에 응모 서류를 접수한 뒤 오는 18일에 1차 합격자를, 24일에 최종 합격자를 각각 발표하기로 했다.

응시 자격은 △5급 이상 공무원으로 문화예술·행정 분야 10년 이상 근무 경력자 △공연·미술 분야 석사 이상 학위소지자로 공연·미술 분야 10년 이상 근무 경력자 및 예술단·미술관 등을 5년 이상 관리·운영한 경력자 등이다.

응모 신청서류로는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주민등록초본 그리고  직무수행계획서가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특히 채용 일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공고일로부터 마감일까지가 불과 열흘에 불과해 사전에 준비를 해둔 사람이 아니라면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인 A 씨는 "전임 사장은 지난해 12월 말에 퇴임했다. 몇 달 전에 공고를 냈다면 전국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검증도 더 치밀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채용공고에서 접수 마감까지 날짜가 촉박한 걸 보니, 사장을 내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공고를 낸 것 같다. 김해시가 전문가를 찾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문화의전당과 김해시 주변에서는 "김맹곤 시장을 위해 욕을 먹어가며 동분서주한 한 국장급 퇴직 예정 공무원이 이미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문화예술인 B 씨는 "공무원 출신은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몇 번 봤다고 해서 문화마인드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번에 다시 퇴직 공무원이 사장으로 선임되면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자리는 퇴직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용 자리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문화예술인 C씨는 "퇴직 공무원이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으로 오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문화인들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공무원들이 문화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김해의 문화는 퇴보하게 된다"면서 "그 전에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에 가보면 정치판의 표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고 예술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사람이 사장으로 있으면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어 진다.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자리를 다시 퇴직 공무원이 차지한다는 건 문화에 대한 심각한 테러"라고 분개했다.

문화예술인 D 씨는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자리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있고 미래지향적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면서 "사장 채용 공고를 다시 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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