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레이 티쳐!" 김해시 동상동 동광초등학교 필리핀 원어민 교사 알 레이(40) 씨는 생기 넘치는 아이들의 아침인사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생김새도 다르고 한국말도 서툰 필리핀 선생님을 아이들이 어려워 하면 어쩌나 고민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의 문을 쉽게 열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레이 씨는 외국인으로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만족한다.
 
그녀는 벌써 초등학교에서만 6년차 교사다. 원래는 호텔경영을 전공했지만 10년 전 부산에서 영어학원 선생님으로 4년 간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레이 씨는 학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원어민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어떤 때에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느낄까? 레이 씨는 "어제 가르쳐준 영어문장을 오늘 수업시간에 써먹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으로서 뿌듯함을 느껴요"라고 말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눈만 봐도 자신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노련한 10년차 선생님이 되었다.
 
그는 악착같은 공부벌레였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2003년부터 경주대학교에서 대학생활을 했으며, 지금도 부경대 대학원을 다니며 영어 교수법 과정인 테솔(TESOL) 자격증을 따는 등 영어교육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 대학원 졸업을 앞둔 그녀는 지금은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지만 대학 강단에 서서 대학생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영어교육을 하고 싶다고 한다.
 
매일 아침 9시면 아이들을 만나 오후 2시면 영어수업은 끝이 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도 레이 씨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나 영상을 찾아보거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의 수업을 준비한다. 한 반에 25명 내외의 아이들과 매일을 마주하며 가르치고 또 한편으론 배우다보니 그녀는 아이들에게서 살아가는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레이 씨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막막했었다고 한다. 1997년 필리핀에 무역을 하러 온 남자와 결혼을 해 두 아들을 낳고 고향에서 살다 2000년도에 남편과 둘만 한국으로 왔다. 처음에 마땅히 아는 사람도 없고 문화나 주변지리에 어두워 하루하루 살기에도 막막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필리핀에 두고 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일부러 아이들은 고향에 있는 동생에게 맡기고 1년 동안 남편과 저만 부산에 와서 살았어요. 엄마가 타국에서 적응을 해야 아이들도 부담 없이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녀의 생각은 현명했다. 1년 뒤 아이들을 불렀을 때 엄마가 먼저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엄마를 의지하며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큰 아들 정이는 지금 필리핀에서 중학교를 다녀요. 마침 방학이라 요즘 한국에 잠깐 넘어와 있는데 요즘 사춘기라 엄마랑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하지 않네요. 어떻게 하면 좋죠?" 밖에서는 선생님이지만 가정에서는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는 레이 씨의 모습에서 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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