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이 급식소 봉사활동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70대 할머니 30명 매일 복지관봉사
급식소·도서관·물리치료실서 활약
가야문화축제 때 번 돈 성금 쾌척도
"작은 힘 모으면 다른 이에 큰 도움"

"봉사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아픈 줄도 모르겠고, 나이 드는 줄도 모르겠네요."
 
구산동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백혜영)에서 만난 한마음봉사단(단장 이숙자) 회원들이 "하하 호호" 웃음보를 터뜨린다.
 
한마음봉사단은 2004년 창단했다.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던 사람들이 모여 봉사단을 만들었다. 현재 회원 수는 30명이 넘는다. 회원들은 모두 여성이며 평균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 봉사를 시작해 지금은 일흔을 넘겼다. 복지관에서 다른 어르신들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도 될 나이다. "이제 봉사를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회원들은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일흔이고 여든이고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요."
 
회원들은 복지관 휴관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복지관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인다. 노인급식소에서는 급식 봉사, 도서관에서는 도서 대출·반납 및 책장 정리, 물리치료실에서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물리치료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1주일에 이틀은 일부 회원들이 복지관 소속 물리치료사와 함께 김해지역의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물리치료를 돕거나 뜸 놓기를 도와준다.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직원들은 한마음봉사단이 복지관의 대표 봉사단체라고 자랑한다. 체력은 10년 전 같지 않아도 복지관 곳곳을 누리며 베테랑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복지관 직원은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의 봉사정신은 날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 봉사의 손길은 더 세심해지고 더 따뜻해졌다. 복지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은 급식 봉사를 가장 중요한 봉사활동으로 여기고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아 급식소에 손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자 흩어져서 봉사하던 회원들은 급식시간 때는 모두 급식소로 모인다고 한다.
 
"끼니 때마다 평균 400~500명의 노인들이 복지관 급식소에서 식사를 합니다. 행사가 있거나,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이 되면 1천 명이 넘는 노인들이 모여요. 영양사, 조리사 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봉사자들이 돕지 않으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힘들어요." 회원 금경자 씨의 말이다.
 
회원 조부자 씨는 급식소의 국 담당으로 통한다. 식판에 국을 담아주는 일을 수 년 째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국에서 올라온 김이 돋보기안경에 서려 앞이 안 보여요. 손으로 대충 닦고 열심히 국을 담지요. 불편하고 힘들어도 어쩌겠어요. 식사를 하려고 아픈 몸을 이끌고 복지관을 찾아온 노인들을 보면 식기 전에 얼른 국을 내드리고 싶지요."
 
옆에 있던 박현심 씨가 말을 거든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한 손으로 식판을 들고 가면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편해져요. 그럼 얼른 따라가서 자리까지 식판을 옮겨다 주죠.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복지관 안에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은 최근 가야문화축제 기간 중에는 몸살이 날 정도로 파전을 구웠다고 한다. 축제에 찾아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술과 음식을 팔아 돈을 번 것이다. 회원들은 이렇게 번 돈을 최근 김해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이 단장은 "복지관 봉사활동보다 더 힘들고 바빴지만 번 돈이 불우이웃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마음봉사단 회원들은 이밖에 매달 5천 원씩 모아 쌀을 구입해 김해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일도 수년 째 이어가고 있다.
 
"나이가 있으니 남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회원들이 서로 힘을 모으니 다른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것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정작 그때 가서 도움 받는 게 부끄러워져서야 되겠습니까." 이 단장의 말은 남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요즘의 세태를 되돌아보게 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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