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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환경지표종 '제비' 봉하·장방리·도요·안양리 중심 개체 수 크게 늘어(5)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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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5.06.10 10:07
  • 호수 226
  • 2면
  •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report@gimhaenews.co.kr)

처마 밑 둥지 짓는 사람과 친숙한 동물
도시화와 농약 사용으로 자취 감추다
자연환경 되살아난 지역 서식분포 증가

이젠 여름이다. 김해의 들판에서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농민들은 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을 하느라 바쁘다. 써레질을 하는 트랙터를 따라 백로와 황로가 흙속에서 나온 먹이를 사냥하고 있다. 백로와 황로는 이미 인간에게서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렇듯 오랫동안 인간과 가까운 곳에 살며 인간과 친숙한 새들이 있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새는 무엇일까. 참새, 까치, 백로 등등 많은 새가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새는 바로 제비가 아닐까. 마음씨 착한 흥부에게 박씨를 물고 가 은혜를 갚는다는 '흥부전'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잘 아는 이야기이다. 제비는 어렸을 때만 해도 가장 흔하고 쉽게 자세히 볼 수 있는 새였다. 어릴 적이면 여름방학 때 시골에 놀러 가 처마의 제비둥지에서 제비가 커 가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제비가 집에 들어와 둥지를 틀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길조로 여겼다. 그리고 새끼가 많이 자라면 풍년이 든다고 여기기도 했다.

   
 
왜 제비는 사람 가까이 살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새들은 사람을 피한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금새 도망가 버린다. 특히 대부분의 새들은 둥지를 아주 은밀한 곳에 만들어 사람뿐만 아니라 천적들의 눈을 피해 새끼를 키운다. 그런데 제비는 인간의 집 처마에, 그것도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입구에 주로 집을 만든다. 심지어는 가게 안이나 집 마루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다. 제비는 보통 알을 3~5개 낳고 1년에 두 번 정도 번식을 한다.

자연에 둥지를 지어 새끼를 키우면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 까치, 까마귀나 맹금류를 비롯해 뱀과 같은 동물들이 새끼를 잡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동물들이 접근하지 않는 사람의 집을 택한 것이다. 영리하기가 최고인 셈이다.

이렇게 친숙한 제비가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시골에서조차 보기가 힘들게 됐다. 어린이, 청소년들은 책속에서만 제비를 만날 수 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도시화 때문이다.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자연과 집을 지을 만한 장소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흙과 마른 풀로 집을 짓는 제비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럼 시골에서는 왜 보이지 않는 걸까. 그것은 바로 농약 때문이다. 여름엔 농약을 많이 뿌린다. 벌레가 많기 때문인데, 이 벌레들은 바로 제비의 먹이다. 농약으로 벌레들이 없어지다 보니 새끼를 키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농약에 중독된 벌레를 먹게 되면 제비가 알을 낳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죽기까지 한다.

또다른 이유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적어진 것이다. 제비는 밤에 불이 켜져 있지 않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시골 초등학교나 일찍 잠을 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는 집에는 둥지가 거의 없다. 참 신비롭고 희한한 일이다. 제비는 사람이 자기를 지켜준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5월에는 늘 아들, 딸과 함께 제비 조사를 한다. 이 무렵은 제비가 집을 다 짓고 한창 번식을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김해의 제비를 조사하러 갔다. 그런데 제비 둥지가 생각 밖으로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진영 봉하마을, 한림 장방리, 생림 도요마을과 안양리에는 제비 둥지가 수십 개에서 100개 이상 있다. 다른 마을에서는 찾기 힘든 제비둥지가 이곳에는 거의 집집마다 있고, 수많은 제비가 멋지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제비가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친환경농업과 주변의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이다.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50여만 평의 친환경 농업단지와 화포천 그리고 낙동강은 제비들이 살기에 알맞은 곳이다. 다른 지역은 해가 갈수록 제비가 급속히 줄어드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개체 수가 늘고 있다.

제비는 환경 상황을 알려주는 환경지표종이다. 제비가 많이 사는 땅은 깨끗한 지역이다. 제비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장의 도시가 되어 버린 김해에 제비가 '희망의 박씨'를 물어다 준 것이다. 조사를 하는 동안 제비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아이들의 눈빛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책속에서가 아닌 김해의 하늘에서 제비들을 실컷 보았으면 좋겠다.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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