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폭포로 변한 낙차공에 부유물 둥둥
하천호안 공사로 물 흐름 막아 악취 진동
서식하던 생물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환경 고려 않은 포장하천 생태계 위협

▲ 중장비가 투입돼 호안 정비를 하고 있는 칠산서부동 강동교 일대.

"'고향의 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해반천에서는 물고기와 새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사업을 왜 하는 건가요?"

김해시가 2013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해반천 '고향의 강' 사업이 말썽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해반천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라고 힐난한다. 해반천을 이용해 온 시민들도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금 해반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사라진 동물들…사업 왜 하나
김해시는 2004년 3월 사업비 40억 원을 투입해 공장, 주택 오수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차집관로를 설치하는 등 해반천의 생태하천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질이 2급수 수준으로 개선됐고, 멸종위기종인 남생이를 비롯해 피라미, 잉어, 붕어, 비단잉어 등 각종 민물 어류가 확인되기도 했다. 구산동 국립김해박물관 인근에서는 2008년에 재첩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3년 12월에 시는 해반천에서 '고향의 강 사업'에 착수했다. 총 사업비 145억 원을 들여 삼계동 두곡교~칠산서부동 화목1교 9.3㎞ 구간에서 수로왕 탄생신화, 허황옥 신행길 등을 주제로 한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호안 정비, 제방 도축,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 분리 등을 위한 공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하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수변광장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해시는 물고기 잡기, 물놀이 시설 등을 포함시켜 시민들이 하천에 직접 들어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향의 강 사업의 현재 공정률은 48%로 오는 201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삼계동과 구산동 일대에서는 고향의 강 사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는 분리됐다. 해반천 곳곳에는 의자나 광장이 새롭게 설치됐다. 구산동 연지1교 인근 해반천에는 인공 폭포도 설치됐다. 기존의 높이 2.4m짜리 제2 낙차공의 경관만 바꾼 것이다. 이 인공폭포의 위쪽에는 물이 고인 채 녹색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칠산서부동 강동교로 향했다. 하천 호안에 중장비가 들어앉아서 보라석을 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중장비를 하천 안으로 들이기 위해 임시로 물길을 막은 탓에 해반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고 악취가 풍겨나고 있었다.

주민들은 해반천 어디에서도 물고기와 새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모(64·칠산서부동) 씨는 "그전에는 해반천을 걸으며 계절마다 바뀌는 하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공사 실시 이후에는 봄, 여름에 울어대던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물고기는커녕 그 흔한 피라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불평했다. 이 모(38·구산동) 씨는 "지난 몇 년 동안 해마다 해반천에서 쇠물닭과 개개비 등 각종 새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 시작 이후에는 새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사업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 '고향의 강 사업' 때문에 인공계곡으로 바뀐 구산동 연지1교 인근 해반천 제2낙차공의 모습.

■ "낙차공 없애야"-"교량 안전 위험"
전문가들은 해반천 고향의 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낙차공에 있다고  지적한다. 낙차공이 하천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해반천에는 삼계동 두곡교~감분교, 구산동 연지제1교, 칠산서부동 해반천교 일대에 낙차공 3개가 설치돼 있다. 낙차공은 하상의 경사를 완만하게 안정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시는 취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낙차공을 개량했다. 연지제1교 인근의 높이 2.4m 낙차공은 높이 변화 없이 인공 계곡으로만 바꿨다. 경관 개선에만 그친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낙차공의 높이가 하천의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전문가 A 씨는 "하천의 경우 상류는 상류대로, 중류는 중류대로, 하류는 하류대로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하천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돼야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해반천에서는 낙차공 때문에 상류, 중류, 하류가 단절돼 하천에 있던 물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갈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부 박재현 교수는 "연지1교 인근 낙차공의 높이를 1m라도 낮춰야 생태계의 연결성이 회복된다. 물론 낙차공을 낮추면 연지1교 상류 반경 1㎞ 구간을 다시 정비해야 하므로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용 문제로 낙차공의 높이를 낮출 수 없다면 적어도 물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어도를 만들어 생태계의 단절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건설과 관계자는 "연지1교 낙차공의 높이를 낮추게 되면 연지1교 쪽 하상에 침식이 생겨 연지1교 교량에 안전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해반천은 하천 유지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도를 설치해도 물고기가 상류에 올라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또 수량 확보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고향의 강 사업은 '생태하천 사업'이 아니라 해반천을 재포장하는 '포장하천 사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환경전문가 A 씨는 "삼계정수장에서 매일 3천600t의 물이 해반천으로 공급된다. 공급량이 지금의 배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물이 정체되거나 천천히 흐르게 돼 물이끼가 생긴다. 각종 광장과 스탠드 등 친수공간을 새로 만든다 해도 물이끼가 끼고 냄새가 나면 누가 해반천에 찾아올 것인가. 새로 조성한 친수공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A 씨는 "해반천의 생태계는 2004년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성과 덕분에 안정돼 있었다. 지난 10년 간 복원됐던 생태계가 이번 고향의 강 사업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해반천의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데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고향의 강 사업은 취수와 친수공간 확보가 목적이다. 좁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넓히고 쉼터를 확대했다. 현재 매일 삼계정수장에서 방류하는 유지용수는 충분하다.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유량 증가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고향의 강 사업 이후의 생태계 변화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에서 모니터링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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