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동강이 마치 아리랑 노랫가락처럼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아직 7월 초순이지만 날씨는 찌는 듯 무덥기만 하다. 휴가철은 아직 한참 멀었다. 더운 날씨 탓에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다. 하지만 메르스 탓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로 가기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산 좋고 물 좋고 공기까지 좋은데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은 어떨까. 바로 조선시대 단종의 비사가 어려 있는 강원도 영월과 정선이다. <김해뉴스>가 부산시관광협회의 도움을 받아 두 곳을 미리 다녀왔다.

■ 단종비사의 고장 영월

단종의 비애 서린 금강정과 낙화암
서강 휘돌아 만든 자연 감옥 청령포
수령 수백년 소나무 숲과 단종 어소
평창강이 조각해낸 한반도 지형


영월은 강원도 내륙에 자리 잡은 고장이다. 영월이라는 이름은 '편하게 넘는다'라는 뜻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이름처럼 주변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마음에 여유를 준다.
 
영월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비애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는 장소마다 단종의 슬픈 이야기가 흘러 넘쳐 관광객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팔각지붕에 단청이 아름다운 영월읍 영흥리의 금강정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서 있는 금강정에 오르면 영월대교와 동강이 한눈에 보인다. 영월의 명산인 계족산, 태화산의 산세와 어우러진 동강의 절경을 보노라면 왜 여기에 정자를 세웠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금강정이 세워진 절벽은 낙화암이다. 세조의 명을 받은 어린 단종이 사약을 받고 숨지자, 단종을 모시던 시녀 6명이 절벽에서 몸을 던져 꽃잎처럼 떨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금강정 뒤편에는 시녀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1742년 세운 민충사가 있다.
 

▲ 단종을 모시던 시녀들이 몸을 던진 낙화암 절벽에 세워진 영월의 금강정.

금강정에서 서쪽으로 5㎞ 가량 이동하면 단종이 두 달 간 머물렀던 남면 광천리 청령포를 만날 수 있다. 청령포는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쪽에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다. 이 때문에 배를 타고 가야 청령포로 들어갈 수 있다. 자연이 만든 감옥인 셈이다.
 
3분 가량 배를 타고 강을 가로지르자 청령포가 나온다. 청령포에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수백 년 묵은 소나무가 700여 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소나무숲 입구에는 단종이 머물렀던 곳을 재현한 어소(御所)가 있다. <승정원일기> 기록대로 어소를 복원했다고 하는데, 유배 당시 머물렀던 집치고는 꽤 크고 번듯하다. 어소부에는 단종과 신하들의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있다.
 
어소 앞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 특이하게도 바로 서 있지 않고 어소를 향해 누워 있다. 귀양 온 단종을 향해 예를 갖춘 소나무라고 해서 충절송이라고 부른다.
 
▲ 금강정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숲길.
청령포에는 충절송처럼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가 많다. 특히 유명한 소나무는 숲 중앙에 있는 천연기념물 349호 관음송이다. 하나의 뿌리로 시작해 사람 허리높이에서 기둥이 두 갈래로 나눠져 솟은 소나무다. 단종이 청령포에 머물렀을 때 인근에 소나무라고는 관음송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당시 관음송의 수령이 50~100년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은 어림잡아도 600년 이상이다. 청령포에 갇힌 단종은 관음송의 두 나무기둥 사이에 앉아 자주 눈물을 흘렸다. 소나무가 왕의 눈물과 오열을 보고 들었다고 해서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관음송 인근에는 비석인 금표비가 있다. '동서로 삼백 척, 남북으로 사백구십 척 안에는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단종이 머물렀던 장소에 백성들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영조가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월에 단종과 관련된 관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강의 샛강인 평창강이 만든 자연의 신비도 인기다. 한반도면 옹정리 선암마을에는 굽이굽이 흐르는 평창강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 지형이 있어 해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서는 작은 산봉우리인 종만봉에 올라 오간재 전망대에 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강은 정말 선암마을을 굽이굽이 돌아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 오른 사람들은 다들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한반도 지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선암마을 외곽에는 뗏목을 타고 한반도 지형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뗏목체험장이 있다. 평창강 줄기를 따라 30분 동안 1㎞ 구간을 두루두루 둘러보는 코스다. 절벽 곳곳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소나무와 백로 등 크고 작은 새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무릉도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지는 정선

정선아리랑 애정편 발상지 아우라지
그믐달 오작교 지나 처녀상과 팔각정
깎아지른 절벽 투명 유리 스카이워크
산나물 향기 가득한 명소 정선 5일장

▲ 아우라지의 명소인 처녀상.
영월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30분 가량 차로 이동하면 정선의 아우라지가 나온다. 아우라지는 정선 여량면 여량5리를 돌아 흐르는 조양강 한 지점의 지명이자 뗏목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우라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 중 '애정편'의 발상지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던 처녀, 총각이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폭우로 물이 불어 나룻배를 띄울 수 없게 되자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다고 한다. 훗날 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다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가사가 됐다.
 
아우라지는 정선군 북쪽 구절리에서 흐르는 구절천과 남동쪽 임계면에서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두 개의 천이 만나 어우러진다고 해서 아우라지로 불리게 됐다. 아우라지는 조선시대에는 강원도에서 자른 목재를 한양으로 띄워 보내던 구간이었다. 당시 큰돈을 벌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뗏목을 운반하는 뗏군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부르던 아리랑 노랫소리가 전해지면서 숱한 애환을 간직한 명소가 됐다.
 
아우라지의 다른 명소인 처녀상과 팔각정으로 가려면 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믐달 모양의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오작교와 출렁다리를 이용해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아우라지 처녀상은 1999년 정선군이 세운 석상이다. 마치 강 건너편에 있는 사랑하는 총각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로 서 있다. 처녀상 옆에는 정자인 여송정이 세워져 있다. 아우라지의 경치를 한눈에 살펴보기에 좋은 장소이다.

▲ 관광객들이 투명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를 조심스레 걷고 있다.
 
아우라지에서 서남쪽 정선읍 방향으로 20㎞ 가량 떨어진 곳에는 정선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들른다는 정선스카이워크가 있다. 수 년 전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해발 583m 절벽 끝에 만들어진 길이 11m의 U자형 전망대를 체험해 보는 장소이다. 스카이워크 체험을 하려면 덧신을 신어야 한다. 스카이워크의 강화유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스카이워크의 투명강화유리 아래로 한없이 떨어질 듯한 낭떠러지를 볼 수 있다. 처음 체험하는 여성들은 무서워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경관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강원도의 험한 산세와 한반도 모양을 한 밤섬, 동강의 풍경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손님들로 북적이는 정선 5일장.
정선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정선 5일장이다. 1966년 2월 17일 개장했다. 지금은 강원도 지역 상인들이 대거 모이는 장소로 유명하다. 장터는 동서남북 네 갈래의 길가에 수많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정선 5일장에서 가장 흔한 채소는 산나물이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산나물이나 약초, 채소 등을 파는 가게다. 곤드레, 곰취, 참나물, 더덕, 취나물, 송이버섯 등 향긋한 산나물의 향기가 정선시장에 가득하다.
 
장터 중앙에는 각종 행사와 공연을 열 수 있는 무대도 마련돼 있다. 마침 정선시장을 찾은 품바공연과 함께 아리랑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선 5일장에는 맛있는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곤드레나물밥,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감자옹심이, 올챙이국수 등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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