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절벽'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청년절벽, 재정절벽, 인구절벽, 산업절벽 등과 같은 용어들이다. 절벽이란 아주 가파르게 높이 솟아 있는 험한 낭떠러지라는 의미다. 또한 앞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게 어두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쓰기도 한다.
 
청년절벽이 가장 큰 문제다.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산다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도 이제 옛말이다.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했다는 '오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가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곱 가지를 포기한 청년들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절벽이다. 청년들을 험한 낭떠러지로 내 몬 가장 큰 원인은 절망 수준의 고용문제다.
 
최근 통계청 발표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대 청년실업자가 사상최고치인 41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고점을 찍었지만 미래도 불확실하다. 더 큰 문제는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2013년에 30만 8천명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38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40만 명을 돌파했다. 불과 2년 만에 10만 명 늘어난 것이다. 취업준비생 같은 잠재적 구직자를 합하면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은 116만 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서 '9종 세트'를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은 기본이고, 여기에 사회봉사, 인턴경력에다가 공모전 입상, 성형수술까지 해야 취업준비가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하는 데 평균 11개월이 걸린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평균 1년 7개월에 불과했다. 그만둔 이유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에서 근로여건 불만족'(47.4%)이 압도적이었다. 취업자의 40%가 계약직이거나 임시직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고용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취업은 청년들을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언제든지 다시 내몰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에게 매우 미안하고 안타깝다'. 이 말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한 말이다. 정부 스스로 청년절벽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청년들에게 닥친 현실은 '미안하다'라는 말이 위로는 될지언정 희망은 될 수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말도 절박성에 비해 너무나 한가로운 말이다. 한 방송인의 말처럼 '아프면 환자다'. 환자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도 위로의 말도 소용없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아 병을 고쳐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에서 각종 청년고용 증대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업은 오히려 늘고 있다. 청년 창업도 공을 많이 들였다. 청년 창업사관학교를 만들고,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대폭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신통치 못하다. 최근 대학가 주변에 커피전문점, 치킨집, 호프집 등이 많이 생겨난다. 하나같이 멀끔하게 생긴 청년들이 주인이다. 기술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창업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임금피크제 확산,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재원으로 젊은 사람을 고용하면 정부가 연간 1천여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초·중등교원,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간호인력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릴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은 기업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김해의 경우는 유능한 청년들이 지역내 중소기업 취업을 선호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과의 산학연계를 강화하여 기업의 연구능력을 높이고, 지역산업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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