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외국인들의 마음 제가 어루만져주고 싶어요."
 
김해시 서상동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는 아픈 사연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상담원 김마리아(36) 씨가 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1999년 영어공부를 하러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1년 처음 김해 땅을 밟은 그는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3년 동안 상담원으로 일하며 가장 인기있는 상담원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필리핀과 네팔, 파키스탄 등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대하면서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근무환경이 좋지 못한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나간 필리핀 노동자들을 10명이나 만났어요. 다들 산재보험을 받지 못하고 일자리도 잃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죠." 마리아 씨는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상담을 통해 산재보험을 받아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며 새로운 일자리도 알선하는 역할도 했다. "문제가 해결되고 얼마 뒤 제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작은 선물까지 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오히려 미안하더라구요." 그밖에도 마리아 씨는 임금체불로 힘들어하는 노동자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센터를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었다.
 
마리아 씨는 2001년 김해로 온 뒤 오랫동안 딸아이의 육아 때문에 집안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편도 가정에만 충실하길 원했고 남편과 의사소통도 영어로 했기 때문에 한국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한국말을 배웠고 김해여성복지회관에서 원어민 강사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말을 배우자 남편과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대화하게 되었고, 직업을 가지는 것도 허락해 주었어요. 남편에게 제 능력을 보여준 셈이죠. 딸아이도 학교에 가면 우리 엄마는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서 외국인들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하네요."
 
마리아 씨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삼방동 신어초등학교 4학년인 딸 수지(11) 때문이다. 엄마가 필리핀사람이라 말이나 생김새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너무 이쁘고 똑 부러지게 컸다고 한다. "딸아이 장래희망이 미스코리아라네요. 아마 한국 최초로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미스코리아가 되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당당한 딸아이를 보면 참 마음이 놓여요."
 
마리아 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몇몇의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외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외국인 여러분들도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고 힘들 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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