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건설된다는 것이다. 케이블카의 건립을 막는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건설이 결정되었다. 유네스코생물권보존지역, 산림유전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 그리고 국립공원 설악산. 그 자연의 가치를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설악산. 그런데 그 설악산마저 보존보다는 경제적 논리 속에서 그 속살을 케이블카에 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어쩌면 다음 세대에는 볼 수 없을 산양(이제는 800여 마리밖에 없다)을 비롯한 5종의 멸종위기 동물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이제 그들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지난 여름에 들렀던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수천 수만 년을 흘러오던 낙동강의 허리가 끊어지고, 그 허리에서는 녹색의 피가 솟아나고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보다 오랜 시간동안 생명의 원천을 이어온 강이었다. 그 강의 곳곳에 죽음의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녹조로 인한 무산소는 물속 생명들의 숨통을 조이고 그 녹조에서 나오는 독소는 사람들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들이 찾던 낙동강이었건만 이제는 새들조차 외면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다녔던 철새의 길은 다른 곳으로 흩어지고 있다. 과연 그 철새들은 건강한 생명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지난 5월에 찾은 낙동강하구.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을숙도. 그 명성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이면 100만 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제는 10만 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 찾은 낙동강 하구에서는 매년 번식하던 생물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바로 쇠제비갈매기다. 매년 수천쌍이 낙동강 하구의 모래등에서 번식하였는데 몇 년 전부터 수가 줄더니 아예 보이지 않는다. 과연 어디로 갔을까? 낙동강 하구의 그 많던 새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오는 9월 3일은 우리나라 생물복원의 역사상 매우 뜻 깊은 날이다. 바로 황새를 야생으로 방사하는 날이다. 1971년 황새가 이 땅에서 사라진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황새를 복원하여 야생으로 처음 내보내는 날이다. 매우 기쁜 소식이지만 걱정이 많이 앞선다.
 
지난해에 일본에서 온 황새 봉순이를 살펴보며 배운 것이지만 황새가 살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다른 새들에 비해 황새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한다. 황새는 논과 강과, 습지와 숲이 살아 있지 않고서는 서식하기가 매우 힘들다. 우리나라의 유기농 경작지는 2012년 현재 전체 경작지의 1.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1ha(약 3천300평)당 사용되는 농약의 양이 10.9kg에 달한다. 과연 이곳 대한민국에서 황새가 살아 갈 수 있을까? 황새야 건강히 잘 살아라!
 
최근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 4가지를 간략하게 서술해 놓았다. 그 속에 담겨진 구구절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야 어떻게 이 글 안에서 다 풀어 놓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자연을 착취하고 환경을 개발할 때 그곳에 사는 생물들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쉽게 이야기한다. 자연은 넓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온 대한민국 70년 개발의 현주소가 여기에 있다. 그 개발을 이끌었던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그 많던 생물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생물들은 살 곳이 필요하다. 그냥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공간을 그대로 두면 되는 것이다.
 
한번 인간에 의해 착취되어 버린 자연은 다시 복원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지역 김해도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더 많은 생각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우리의 결정들이 곧 우리의 미래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의한 현재는 역사가 될 것이며, 생명의 생사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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