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대한민국의 고민은 청년문제다. 청년층도 갈수록 줄고 있고, 청년 일자리 문제도 어렵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20대 인구는 65만 명이나 줄었다. 앞으로 더 가파른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를 파악해 보면 쉽게 피부에 와 닿는다. 2013년에 62만 7천여 명에 달했던 고교졸업자가 오는 2023년에는 39만 5천여 명으로 줄어든다.
 
그렇다고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고용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대기업에 근무하는 29세 이하 청년층의 비율은 22.7%에 불과하다. 2005년의 30.2%에 비하면 7.5%나 하락했다. 동 기간 대기업의 청년층 고용 평균 증가율은 1.9%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이 높아지면 일자리도 동반 증가했다. 요즘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마치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뱀의 입'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미래에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마쓰다 다쿠아 교수의 말처럼 산업혁명으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난 '제1의 실업시대', 자동화로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난 '제2의 실업시대'를 넘어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화이트칼라들이 사무실을 떠나는 '제3의 실업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저명한 미래학자들은 하나같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마스 프레이(다빈치연구소 소장)는 오는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40 유엔미래보고서'는 현재 존재하는 전통적인 일자리의 80%가 앞으로 소멸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미국 포레스터연구소는 '2025년이 되면 자동화와 로봇화로 인해 미국에서만 2천2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천270만 개는 현재 미국 전체 일자리의 16%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일자리 감소에 대해 상당한 논리적 근거를 갖춘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2030년이 되면 뉴스의 90%를 인공지능 로봇이 쓸 것이다' '빅 데이터가 의료수요를 80% 대체할 것이다' '개방형 온라인 공개강좌 등장으로 교수직의 절반이 없어진다'는 주장들이다.
 
미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자리를 잡아먹는 가장 무서운 킬러로 무인자율주행자동차, 드론, 3D프린터, 인공지능로봇을 들고 있다. 특히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예기치 않게 타 산업 분야에까지 연쇄적 위기감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분야는 보험회사다. 자율주행으로 사고가 잘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가입자가 크게 줄 것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출현으로 세계적인 시계회사나 필름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과 동일한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일자리를 위협하는 킬러들이 등장해도 안전지대는 있다. 그래도 인간이 해야만 하는 직업군이 그렇다. 단순한 반복업무나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일, 노동집약적인 분야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일, 인간의 감성이 필요한 일, 지식보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일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직업을 대체할 새로운 직업군도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직업을 가질 기회는 많다. 다만 현재와 다른 점은 안주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다. 직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해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성인의 학습의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개인의 평생학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자리 킬러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의 풍요는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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