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드라마를 보면 외도가 빠지지 않는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평생토록 함께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간통죄가 없어진 현재에는 외도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도 없어졌기에 바람피우기는 더 쉬워졌다. 하지만 그 바람이 불행한 현재에 대한 탈출구라고 한다면 이를 마냥 비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누구든지 행복해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는 이혼 소송에서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문제이다. 유책주의란 외도 등으로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주의이고,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면 책임 있는 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파탄주의를 취하는 나라도 있고, 유책주의를 취하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고, 이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는 책임 있는 일방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이는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도를 한 남자나 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사소한 잘못을 지적하며 더 이상 같이 살지 못하겠다고 이혼 청구를 하는 경우인데, 이 때 책임 없는 상대방은 소송 과정에서 역시 이혼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도 등 잘못을 한 사람과는 더 이상 같이 살 마음이 없어졌거니와 하물며 잘못도 없는데 이혼 소송을 제기 당하는 입장에서는 있던 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에는 반소를 통해서 오히려 책임 있는 자에 대하여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 위자료를 누가 부담하는 가의 문제일 뿐 이혼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리고 재판상의 조정을 통해 이혼하는 경우에는 유책주의를 피해갈 수 있다.
 
문제는 책임이 없는 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남편이나 처가 외도를 하였거나 폭력을 행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이혼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책임 있는 상대방을 용서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자녀 양육 때문일 수도 있으며, 같이 살 마음은 없으나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을 해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이 인정되는데, 이를 인정하려면 충분한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파탄주의를 따른다는 점, 재산분할 청구 등을 통해 이혼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 유책주의 하에서는 소송과정에서 상호 비난으로 인해 모두 상처를 받게 된다는 점,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음에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양 당사자에게 가혹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파탄주의에 따르면 경제적 약자에게 불리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분할할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의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는 상대방의 경우, 무작정 이혼을 하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에서 파탄주의를 주로 채용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된다.
 
이런 가운데, 종국적으로 보면 이혼 제도는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인 의사를 중요시하는 시대에서 의사에 반하여 혼인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관 역시 13명 중 6명이 파탄주의를 지지하였다. 간통죄가 없어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이혼제도도 파탄주의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혼 제도가 파탄주의로 변경된다면 재산과 소득이 없는 일방에 대한 보호 및 자녀 양육을 누가 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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