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삼방동 은하사와 동림사로 들어서는 입구에 화강암 바위가 16년째 방치돼 있다.

김해시 삼방동 은하사와 동림사로 들어서는 사찰 입구에는 길이 10m, 두께 2m 높이 3m 정도되는 거대한 화강함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바위에는 '백의관음보살상'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어 불상을 조각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바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상으로 제작되어 보물이 될 수 있었던 이 바위가 흉물이 돼 방치된 기간도 벌써 16년 째. 신어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마다 이 바위에 얽힌 사연을 궁금해하고 어떤 이들은 사찰 입구에 버티고 있는 이 바위가 사찰 주변 경관을 망친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 화강암 덩어리는 은하사의 주지인 대성스님과 허명철 환명의료재단 이사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은하사 소유의 한 절터에 거대한 불상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모아 가져다 둔 것이다. 당시 허 이사장은 많은 돈을 들여 특수 개조한 트레일러 차량에 이 화강암 바위를 실어와 포클레인으로 밀어서 현 위치에 갖다 놓았다.
 
하지만 백의관음보살상은 제작되지 못했다. 불상이 들어선 이후의 불전함 관리 및 불상 관리권에 대해 은하사 주지와 허 이사장 사이에 이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제작 비용을 대기로 했던 송 전 김해시장도 양측 입장을 살피며 제작을 미루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이 바위는 무용지물로 남게 되었다.
 
대성스님은 "애초에 관리권에 대해 명확한 이야기가 없어서 기부하는 것으로 알았고, 은하사에서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위를 갖다놓은 후 허 이사장은 관리권이 없이는 은하사에 제공할 수 없다며 백의관음보살상이 완성되면 관리권을 달라고 주지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 바람에 거대한 바위가 산중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대성스님은 "화강암 바위를 치우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허 이사장은 김해금강병원 관계자를 통해 "관리권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달라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작 계획이나 처리 방안에 대해서 특별하게 전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은하사를 찾는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바위 옆에서 8년째 노점을 하는 김모(50) 씨는 "바위가 방치되어 있는 이유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흉물스럽다고 한마디씩 한다"며 "조각에 들어가 은하사에 세워질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고 말했다.
 
이 바위가 훌륭한 관음보살상으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바윗덩어리로 남아 있을 것인지, 또는 조각나서 다른 곳에 버려질 것인지, 그 운명을 점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처님만이 그 운명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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