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남편 길정수(46) 씨를 만나 모로코에서 한국으로 온 하난(24) 씨. 그는 5일마다 열리는 김해 동상동 시장에서 10년째 두부장사를 하는 남편을 돕고 있다. 요즘 이 부부의 얼굴엔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딸 라완이를 얻었기 때문. "태어난 지 7개월 됐어요. 아빠를 많이 닮아서 한국아이 같네요. 저보다 남편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최근 하난 씨는 한국 구경에 신이 나 있다. 남편 일을 도우면서도 틈틈이 7개월 된 딸아이를 업고 김해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닌다. 또 결혼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피자, 햄버거를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 가게를 다니고 쉬는 날마다 외지로 여행을 가자고 남편을 조른다고 한다.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꼼짝 않고 집에 있어야 하지만 왠지 답답했어요. 하지만 밖에서 한국문화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고 즐거워요. 그래서 아기를 업고서라도 밖에 나가려고 해요."
 
예전에 남편이 일하는 동상동 시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난 씨가 조르자 남편이 딱 한 번 하난 씨를 데리고 일터에 와주었다고 한다. 그 뒤로 하난 씨는 부산 해운대 집에서 김해 동상동시장까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서 혼자 찾아왔다.
 
모로코의 일부다처제가 싫어서 한국 남자를 택했다는 하난 씨. 2009년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 털털하게 웃으며 아랍어로 인사하는 남편의 첫인상에 반해 결혼을 다짐했다. 하지만 비행기 타는 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머나먼 한국행을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먼저 부산으로 시집 온 사촌 동생들 때문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어요. 남편 마음이 너무 좋아서 한국행을 결정했고 좋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한국생활에 적응 한 것 같아요."
 
고향에 있는 가족들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핸드폰에서 사진부터 꺼내 보여준다. 사업가로 성공한 아버지와 미모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난 씨는 고생을 모르고 컸지만 한국에 와 딸까지 낳으니 지금까지 부모님의 고생이 느껴진다고 한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대 차이는 물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시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모로코가 어디고?" 하던 어머니가 하난 씨와 함께 모로코 음식을 먹고,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던 하난 씨는 남편과 함께 시장에서 손님들을 대하며 두부를 팔고 있다. 그는 "다문화센터에 나가 한국어도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한국 음식 요리법을 찾아 연습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 점 투성이지만 한국 며느리로 우뚝 설 하난 씨의 고군분투는 오늘도 계속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