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 사람들 대표.
부산시는 최근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병수 시장은 '낙동강 하류의 기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낙동강 하굿둑 개방 로드맵'에서 "오는 2017년부터 점진적으로 개방해 2025년까지 완전히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 옴을 느꼈다.
 
낙동강 하구둑은 1983년 착공해 1987년 완공했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었다. 당시 중동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국내에 대규모 건설사업이 시작되던 때였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의 주목적은 염해 방지와 연간 용수 확보였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양산 물금 인근까지 영향을 줘 취수에 문제를 일으키며, 김해평야의 농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철저한 경제 논리에 바탕한 사업이었으며,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사업이었다.
 
하굿둑 완공은 낙동강 하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기수역(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던 낙동강 하구는 담수와 바닷물로 나뉘어져 버렸고 생태계는 급변했다. 수질은 극도로 나빠지고 바닥은 썩어갔다. 강바닥은 무산소 상태나 빈산소 상태가 됐고, 부영양화 때문에 매년 녹조가 나타나는 등 수질도 급속히 나빠졌다. 그렇게 많던 재첩은 사라져버렸다. 바다와 강을 오가던 장어, 가시고기, 웅어, 은어 등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낙동강 하구에는 철새도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낙동강 하구지역과 김해평야 지대는 바다였다. 가야시대에는 배가 봉황동 지역까지 올라왔다. 지금의 칠산동은 김해만에 있던 하나의 섬이었다. 서낙동강은 낙동강의 본류였다.
 
김해는 역사적으로 낙동강 하구 덕분에 번영을 이룬 곳이었다. 최근 100년 전 한림면 일대에서 잡히던 수산물은 농어, 전어, 숭어, 굴 등 대부분 바다에서 사는 것들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병합하고 낙동강 하구에서 쌀을 수탈하기 위해 낙동강변에 둑을 쌓고 매립을 한 뒤 서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녹산수문을 만들었다. 이후 서낙동강은 호수가 되어버렸다. 수질오염, 녹조, 홍수 등 많은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과오를 보면서도 낙동강 하굿둑이 다시 만들어진 것이었다.
 
기수역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대부분 습지를 이뤄 많은 생물이 산다. 번식지로의 역할을 하며, 인근 바다를 건강하게 만들어 많은 바다생물들이 모이게 한다. 하굿둑 건설 이전 낙동강 하구 인근의 바다는 전국 굴 종패의 90%를 생산할 정도로 건강했다. 낙동 김은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했다. 철새도 매년 100만 마리 이상 왔던 것으로 추정된 아시아 최대 철새 도래지였다. 이 모든 명성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철새가 연간 10만~16만 마리에 그친다.
 
자연은 위대하지만 또한 나약하다. 인간의 훼손을 이겨내고 생명을 이어가려 부단히 애를 쓰지만 도저히 극복하지 못해 멸종의 길을 걷기도 한다. 혹자는 말한다. 개발을 하더라도 생태계는 다시 회복된다고. 하지만 우리 땅과 물의 많은 생물들이 사라졌다. 이제 그 과오를 뉘우치고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30년 동안 강과 바다를 막아 왔던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은 이제 그 반성의 시작이 돼야 한다.
 
2017~2025년 서서히 낙동강 수문을 개방해서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복원하면 이곳은 풍요로운 공존의 땅이 될 수 있다. 비록 복원에 따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일시적인 어려움이라 이해하고 이를 감내하며 서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
 
김해는 부산 못지않게 낙동강 하구와 밀접하다. 김해시도 부산시처럼 낙동강과 서낙동강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낙동강 하구는 역사적으로 김해와 함께한 곳이고, 앞으로도 함께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숨통을 막고 있는 수많은 보와 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날, 그 곳엔 생명이 깃들고 아름다운 자연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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