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민주 김해문인협회 회장·인제대 행정실장
국화의 계절이다. 국화 하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와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국화 옆에서'는 시에서 중요시하는 낯설게 하기의 본보기로 배웠다. 시인은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 국화라고 했으니 낯설다. <국화와 칼>은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가 일본문화의 틀에 대해 1944년 6월부터 미국 국무부의 위촉으로 집필하기 시작한 연구서로 정작 저자는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썼다. 학문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엄밀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인류학이란 문화의 측면에서 인류 공통의 법칙성을 파악하려는 학문으로 인류학의 한 분야이다. 즉 생활방식이나 사회의 관습 및 제도 그 밖에 언어, 학문, 예술, 종교 등을 문화의 전통과 발달과정을 비교 연구하여 인류의 본질과 역사를 종합적으로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화와 칼>은 내가 문학을 공부하고자 할 때 수필가이며 문화인류학자이신 고 김열규 교수로부터 추천받은 책이다. '국화'와 '칼'은 서로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일본문화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참으로 낯설었다. 낯섦으로 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은 1868년 소위 메이지유신(明治維新)부터 문호를 개방했다. 이후 일본에 대해 쓰인 저작에는 "세계 어느 국민에게도 일찍이 쓰인 바 없을 정도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또한 (but also)' 이라는 표현이 연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면 만약 어느 나라 국민이 "유례없이 예의 바르다. 그러나 또한 그들은 불손하며 건방지다"라고 적지는 않는데, 일본만큼은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 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국민에 관한 책을 쓸 경우, 동시에 이 국민이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린다는 사실을 기술한 또 다른 책에 의해 그것을 보충하는 그러한 일은 일반적으로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모순이 일본에 관한 책에서는 날줄과 씨줄이 되는" 것으로 <국화와 칼>에서 적고 있다. 쉽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낯섦'을 넘어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는 '모순'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헌법에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부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해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자위를 위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로 개정하였고 이로 인해 부자가 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15년 9월 18일에는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하는 안보 관련 법안을 강행처리 했다.
 
헌법에 명시되어온 "자국이 먼저 공격받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법이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전쟁할 수 있다"로 바뀐 것이다. 이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민족성과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또 다시 우리나라를 침략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케 한다. 일례로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말함이다.
 
지금 일본 매스컴에서는 헌법 개정 반대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이러한 시위로 평화헌법이 유지되길 바라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거짓에 불과한 정도로 머지않아 잠잠해질 것으로 본다. <국화와 칼>을 읽었다면 '모순'이라는 말에 대입시킬 수 있음이 그 이유다.
 
"일본의 행동 동기는 기회주의적이다. 일본은 만일 사정이 허락되면,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구하리라. 그렇지 않게 되면, 무장된 진영으로서 조직된 세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게 될 것이다"라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기록돼 있다. 섬뜩하리만큼 맞아 들어가는 말이다. 우리는 '국화 옆에서'의 '낯섦'을 넘어 <국화와 칼>에서 '모순'으로 기록되고 있는 나라 일본을 좀 더 알고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와 같은 수난을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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