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는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이르는 기간이 26년에 불과하다는 의미인데, 이 정도의 기간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한 노년'을 위협하는 대표적 노인성질환인 치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전국치매역학조사에 의하면, 2015년 전국 치매유병률은 9.8%이다. 이는 65세 이상 어르신 100명 중 10명이 치매환자라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또 12분마다 1명씩, 1년에 약 4만 3천명의 치매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오는 2024년에는 치매환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병률 9.8% … 10년 후 100만 명 육박
환경·질환·습관·유전 등 원인 다양
언어장애·시간혼동 등 발생하면 의심
약물·비약물 치료 병행으로 효과 상승

■ 치매란
치매는 다양한 원인의 뇌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으로는 기억력 장애가 있다. 가까운 시기의 기억력이 떨어져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장애,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아는 능력) 장애, 언어능력장애, 시공간능력장애, 실행능력 장애, 판단력 장애 등이 생기는데 치매와 건망증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 치매는 손상에 의한 질병이지만, 건망증은 노화에 의한 정상적인 과정이다. 사건의 경우 치매는 전체를 잊어버리는데 건망증은 세부 사항을 잊는다. 치매는 어떤 이야기를 해줘도 생소해 하지만, 건망증은 힌트를 주거나 일부를 이야기해 주면 기억을 해 낸다. 무엇보다 치매는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지만, 건망증은 그런 건 아니다.
 

그래픽=김소희 ksh@gimhaenews.co.kr

■ 치매의 원인
치매는 다양한 원인을 가진 일종의 '증후군(syndrome)'이다. 주로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신체 질환 병력, 현재의 생활 습관 등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치매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위험 요인들 중에는 조절이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충분히 조절 가능한 것도 있다. 즉,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위험요인을 찾아 예방을 하면 치매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치매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파킨슨병치매 등이 있으며, 우울증, 약물, 알코올, 뇌종양, 뇌감염, 수두증 등의 기타 원인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언어, 판단능력 등이 점차 저하되는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사회인구학적 위험인자로는 연령, 성별, 학력 등이 있으며 유전적 위험인자로는 치매가족력, 유전자 돌연변이 및 다형성, 환경적 위험인자로는 흡연, 음주, 영양, 사회적 지지망 및 활동,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우울증, 뇌 외상 등이 있다. 또한 운동 부족 시 노년기 인지장애 발병 확률이 1.8배, 독서나 글쓰기를 하지 않는 경우 4배, 중년기 과다음주는 2.6배, 흡연 시 1.6배, 중년의 고혈압, 비만, 당뇨 시 1.6배 높다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 치매 진단법
일단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언어장애, 시간과 장소 혼동 등의 증상이 있으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의심되는 즉시 치매전문의한테서 상담, 검진 등을 받아야 한다.
 
치매 검사는 진찰, 혈액검사,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 검사 등으로 이루어지며, 혈관성 치매의 경우 초기에 발견되면 다른 종류의 치매보다 호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 및 진단이 중요하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가까운 보건소 및 치매지원센터에 방문하면 무료로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치매로 의심될 경우에는 협약병원에서 진단, 감별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진단, 감별검사에는 전문의 진료, 신경인지검사, 혈액검사, 뇌영상촬영 등을 동원한다.
 
▲ 어르신들이 인제대 인지향상 프로그램에 참가해 교육을 받고 있다.

■ 치매 치료법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인지개선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이때 치매치료약은 완치보다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매악화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투여한다. 이를 통해 치매환자를 돌보는 시간과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들의 부양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치매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매치료를 위해서는 인지개선제를 통한 약물 복용이 가장 확실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조적인 비약물적 치료도 함께 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일상생활기능유지, 외출·사회생활유지, 운동, 인지재활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치매 치료관리 지원, 노인돌봄서비스, 지역사회투자사업 등 다양한 치매관련 서비스 및 지원을 함께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알츠하이머치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근원적인 약물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점차 치매의 근원적인 치료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쥐 연구에서는 치매를 일으키는 이상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 성공했고, 현재 사람 대상의 새로운 치료 약물들이 임상시험 중에 있다.
 
지난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가 2010년 2만 4천명에서 2014년 10만 5천명으로 약 4.3배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는 동일한 연령과 교육 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었으나 일상생활능력은 유지되는 상태로, 노화 과정과 치매의 중간 단계를 일컫는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매년 10~15%씩 치매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치매로 진행될 것이라 예측해 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이며,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완전히 멈추거나 막을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약물적 치료법으로 신체활동증진, 인지훈련 및 뇌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조절 등을 통해 경도인지장애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으므로, 눈여겨 볼만하다.
 


박경원
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부산광역치매센터장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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