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OECD는 회원국의 경제사회발전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34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가입 당시 정부는 마치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것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러나 다음 해 바로 IMF 금융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국제적 조롱을 받기도 했다.
 
OECD는 회원국과의 비교 통계를 자주 내놓는다. 이들 통계는 주요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정보다. 가장 최근에 OECD가 내놓은 보고서는 '삶의 질'에 관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기준으로 5.80점이었다. OECD 평균인 6.58보다 훨씬 낮은 점수다.
 
특히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사회연계자원' 부문에서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명심보감> 교우편에 나오는 '酒食兄弟千個有(주식형제천개유), 急難之朋一個無(급난지붕일개무)'를 떠오르게 한다. 이 말은 술 마시고 밥 먹는 친구는 천 명이나 되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마음을 같이 할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가정에서 어린이가 처한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시간인 151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아빠와 아이의 교감시간은 하루 고작 6분이었다. 당연히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다.
 
지금까지 OECD가 발표한 자료 중에서 우리나라가 꼴찌나 최하위권을 차지한 것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출산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임을 고려하면 저출산 문제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유리천장지수도 OECD 회원국 중 꼴지를 차지했다. 유리천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다. 조직 내에서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100점 만점에 25.6점인데 비해 OECD평균은 60점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낮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 외에도 보건부문 공공사회복지지출, 아동의 삶의 만족도, 부패지수, 사법제도 신뢰도, 근로자의 평균근속 연수, 조세의 소득불평등 개선효과, 성인의 학습의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에 1등을 차지한 분야도 제법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끄럽다. 가장 오랜 기간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결핵발생률이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일등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두 번째는 자살률이다. 11년째 가장 높은 자살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다. OECD 평균인 12.0명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 정도를 알 수 있다.
 
노인빈곤율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에 달한다. OECD 평균인 12.6%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 속도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심각한 수준에서 고령화 속도까지 빨라지면 노인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
 
OECD의 통계자료를 훑어보면 1등 해야 할 분야는 꼴찌고, 꼴찌해야 할 분야는 1등인 경우가 많다. 참담한 꼴찌를 1등으로, 부끄러운 1등을 꼴찌로 만드는 일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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