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지난 11~12일 경북 영덕에서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정치적 보궐선거는 아니었고 영덕에서만 실시된 투표였다. 20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는 바로 영덕군의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였다. 모두 1만 1천209명이 참가한 주민투표에서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 의견은 1만 274명으로 전체의 91.7%를 차지했다. 과연 이런 결과를 정부와 한국수자원원자력(이후 한수원)은 수용할 것인가.
 
정부와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현재 20기인 원자력발전소를 오는 2030년까지 20여 기 더 늘려 원자력 전기 비중을 현재의 31%에서 59%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과연 원자력발전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발전일까.
 
옛 소련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더 이상 원자력발전이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해 줬다.
 
이 때문에 독일은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전체 발전량의 50% 이상을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스위스도 오는 2034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에는 이미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도 없다. 영국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원자력발전소를 줄여 나가고 있는 추세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도 의문이다. 이제까지 원자력은 가장 값싼 전력생산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폐로 비용에 대해 적정하게 계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폐로 결정이 내려졌다. 앞으로 이 일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과 시간은 제대로 산정하기조차 힘들다.
 
영국의 트로스피닛드 원자력발전소는 1993년부터 해체되기 시작했다. 해체는 오는 2073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비용은 무려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용량이 고리원전 1호기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일본 도카이 원자력발전소는 1998년에 해체를 시작해 오는 2020년 마무리한다. 그 비용도 1조 원 이상이다. 폐로 경험이 많은 미국도 한 기를 해체하는 데 5억 달러 이상의 비용과 수십 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사고가 났을 경우 그 피해액은 어마어마하다. 체르노빌의 경우 피해액이 약 25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당장 재건 비용으로 약 330조 원을 예상하고 있다. 100만명 이상이 사고 후유증 등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는 그 피해가 엄청남을 보여 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경제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좁은 국토의 대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된 죽음의 땅이 돼 버릴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더 이상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 만약의 경우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정부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할 명분도 사라졌다. 잦은 사고와 비리사건은 더욱 더 원자력발전의 신뢰를 망가뜨렸다. 밀양의 송전탑 반대운동도 원자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이다. 영덕도 갈등하고 있다.
 
왜 이렇게 안전하지도 않고 비싼데다 갈등만 일으키는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건립하려고 하는지 정부와 한수원에 묻고 싶다. 이번 고리 원자력발전소 폐로 결정과 영덕의 주민투표는 원자력발전소가 이제는 이 땅에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김해시민들은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김해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그래서 원자력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하지만 김해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와 3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 30㎞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완전 폐허다. 이것은 김해도 원자력발전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욱 더 원자력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