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행정대학원장.
벌써 2015년 끝자락에 서 있다. '세월은 유수 같다',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이 이 맘 때쯤이면 항상 가슴에 와 닿는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위로 수많은 추억들이 스치듯 떠오른다.
 
뒤돌아 본 2015년은 '행복했다, 만족스럽다'는 말보다는 '무사히 잘 넘겼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고단한 한 해였다. 경제도 그랬고 정치도 그랬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그랬다.
 
원숭이 해인 오는 2016년의 전망도 온통 잿빛이다. 경제가 활력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와 3.3%로 각각 발표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는 2.7%의 예상치를 내놓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를 포함한 해외 투자기관들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도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내년 4월에 치를 국회의원 선거는 벌써부터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경제 회생에 필요한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민생을 최우선적으로 살려야 한다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고 한다. 선거가 다가올 수록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라의 미래보다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꾼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우리 사회에 예견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고려해 2016년의 트렌드로 '몽키바(MONKEY BARS)'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년도 소비트렌드인 △최대한 알뜰하게 구입하는 플랜Z 소비 △브랜드 몰락과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율)의 약진 △과잉근심사회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취향공동체 등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몽키바'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말한다.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잡고 넘어가는 모습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놀이기구다. 김난도 교수는 '몽키바를 내년도 키워드로 꼽은 건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무사히 정치·경제·사회적 위기의 깊은 골을 뛰어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말은 '몽키바'를 제대로 건너지 못하면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가장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위기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6년 '몽키바'를 건너는 일에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몽키바'를 잘 건너기 위해서는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근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경제·행정·정치·노동·가계 등 전 분야에 더덕더덕 붙어 있다. 먼저 경제의 군더더기부터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덩치만 크고 체질이 허약한 산업분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이미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수십 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성장한계에 봉착한 산업은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미래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창조산업분야는 더욱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에게 "아침에 도토리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엎드려 절하고 기뻐하였다고 한다. 앞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한 우둔한 행동이다.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다.
 
군더더기를 빼는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희생과 노력이 뒤따른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이미 소중한 경험을 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사리판단을 잘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우리는 2016년 '몽키바'를 절대 무사히 건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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