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섭 금해변호사
첫 칼럼을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곱 번째가 되었다. 계절은 어느새 봄에서 겨울로 바뀌었다. 12월이 되면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일도 하기 싫어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12월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뭔가 마법 같은 매력이 있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고 보니 이번에는 머리 아픈 법률문제보다는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변호사란 직업에서 보자면 12월이란 특별할 것도 없는 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송을 마무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생각 외로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검사들과 판사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본인들이 처리한 사건 수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기에 많은 사건들을 종결하려고 한다. 변호사들도 역시 소송 절차의 막바지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사소한 주장이나 증거라도 빠진 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본인이 진행하던 선거무효 소송의 판결 선고가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시작하여 올해 12월에 비로소 1심 선고가 났다. 사건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후보자가 선거 공보 상에 인지도 있는 정치인과 함께 있는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그것이 합성사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합성사진 게재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고, 본인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대리하여 많은 법리적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소송을 종결할 즈음이 되어서야 그 후보자가 합성사진 상의 정치인과 함께 촬영한 실제 사진이 여러 장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사진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후보자가 그 정치인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증거 제출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결국 승소 판결을 받게 되었는데, 증거 제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기회였다.
 
12월은 변호사들이 소송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나 또는 연기시키기 위해서 소송의 종결 시점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판사들의 경우 이듬해 2월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지금까지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로부터 판결을 받길 원한다면 빨리 소송을 종결해서 다음해 1월이나 2월에 판결 선고를 받고자 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까지 소송을 담당해 왔던 판사로부터의 선고를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판사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려고 할 것이다. 재판을 하다 보면 왠지 궁합(?)이 맞지 않는 재판부가 있다. 어떤 선택이 좋은 소송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는 알 수 없다. 재판의 종결은 당사자가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변론이 종결되었다가도 변론이 다시 열리는 경우도 많다.
 
판사의 변경에 대해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형사 재판을 받으면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구치소에는 어떤 판사가 엄하게 선고를 하는지, 어느 판사가 비교적 관대하게 선고를 하는지에 대한 소문이 나돈다. 그들에게 있어 어떤 판사로부터 판결 선고를 받는지는 실질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변호사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을 하여야만 한다. 12월은 이러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에게 12월이 가장 힘들거나 바쁜 달은 아니다. 최근에는 법원에 여름 휴정기 뿐만 아니라 겨울 휴정기가 생겨 12월 말~1월 초의 2주 간은 재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변호사들은 그 기간에는 여행을 가거나 짧지 않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변호사들에게는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하는 것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래서 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휴정 기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시간을 벌게 된다.
 
글을 쓰면서 본인의 겨울 휴정기 일정을 살펴보니 불운하게도 몇 개의 재판이 지정되어 있다. 원칙이 있으면 예외도 있는 법이다. 올해를 돌이켜 보면 너무나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여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개인적으로는 감사할 일이 많았다.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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