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최진영(64·여) 씨는 최근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손목을 다쳤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2년 전 일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다. 당시 그의 남편은 운동을 하다 넘어져 고관절을 다쳤고, 병원에 입원한 뒤 석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단순히 넘어져 다쳤을 뿐인데 어떻게 사망에까지 이를 수가 있을까. 부산 삼세한방병원 공복철 대표원장을 통해 겨울철에 어르신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낙상의 위험성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매년 65세 이상 83만 명 다쳐
다리 다치면 활동 못해 근육 급감
방치 땐 합병증으로 사망 할 수도

힘 없어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녹·백내장 등 눈 질환도 주요인
싱크대·욕실 바닥에 고무판 깔고
규칙적인 운동·안경 꼭 쓰도록

■낙상이란

낙상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다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낙상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낙상으로 사망하는 65세 이상 어르신은 83만 명이다. 교통사고에 이어 어르신 사고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사망 원인 중에서는 암 등에 이어 5위다.
 
낙상을 당하더라도 팔, 손목 등만 다칠 경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리를 다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원인은 근육 감소에 있다. 인체의 근육은 35세부터 해마다 0.7%씩 감소한다. 60세부터는 2%씩 빠르게 진행된다. 낙상으로 다리를 다쳐 입원할 경우 근육을 자극할 활동이 없어져 근육량은 더욱 급격하게 줄어든다.
 
공 원장은 "입원 환자의 근육은 일주일에 10% 이상 감소한다. 한 달 동안 입원하면 입원 전보다 근육량이 50% 줄어든다. 근육이 소실되면 혈액과 수분이 몸통으로 집중된다. 몸통의 장기에 과부하가 생긴다. 혈관, 내장기관, 면역세포 등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다. 요로감염, 폐렴, 심부전 등에 이은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낙상의 원인

낙상 경험이 있는 60세 이상 어르신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2.7%는 힘이 빠져서 넘어졌다고 응답했다. 이어 미끄러짐 27.5%, 어지러움 12%, 걸림 12%, 통증 8.6%, 기타 6.8% 순이었다. 낙상은 주로 사지마비 등 보행 장애나 균형 장애, 어지럼증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또 요실금, 백내장, 빈혈, 알코올중독 등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잘 나타난다. 공 원장은 "낙상은 운이 나빠 넘어진 게 아니라 예방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넘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받아 녹내장, 백내장 등 안과질환을 점검해야 한다. 안과 질환도 낙상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낙상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미리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상과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배나 높다. 골밀도를 유지하는 여성 호르몬이 50대부터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관절염과 빈혈,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 등이 여성의 낙상 사고 발생률을 높인다.
 
반면, 낙상으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절반가량 높다. 남성들의 경우 심장병,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이 낙상으로 입원할 경우 혈관 기능이 약화돼 혈관 노화, 폐혈증 등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낙상 예방법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낙상이 일어나는 곳은 주거시설(61.5%), 도로(20%), 상업시설(18.5%) 순으로 나타났다. 주거시설 내 낙상 사고는 화장실이 74.3%로 가장 높았다. 또 물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20.6%였다.
 
▲ 출처 - 바로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안 환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화장실 입구, 부엌 싱크대 아래 등에는 고무판을 깔아야 한다. 물을 엎지른 경우에는 즉시 닦아내야 한다. 화장실과 욕조에는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욕실 벽과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다. 어르신이 자주 다니는 곳에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손잡이가 튼튼한지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공 원장은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30분씩 땀이 날 정도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근력이 강화돼 몸의 균형감각이 높아진다. 규칙적인 운동을 한 사람은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할 경우 낙상 위험이 17%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공 원장은 그러면서 "시력이 나빠지면 물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한다. 안경을 처음 착용할 경우 적응기간 동안 걸을 때에는 안경을 쓰지 않는 게 좋다. 과음을 하면 평형감각이 떨어진다. 술을 절제하는 게 낙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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