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30분 경전철 가야대역
첫차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
직장인·할머니·스튜어디스…
두서너역 지나자 벌써 만석 


겨울의 새벽은 밤과 같이 어둡다. 며칠 전만 해도 나오지 않던 입김이 뿌옇게 올라온다. 오전 4시 40분. 부산김해경전철 가야대역 안에는 벌써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입김을 내뿜으며 앉아 있다.

부산에서 김해로 이사를 온 지 3년 됐다는 김일선(76)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사직운동장 수영장에 다닌 지 20년이 됐다고 한다. "아직 김해에서 친구들을 많이 못 사귀었어요. 부산의 친한 친구들을 새벽에 수영장에서 만나 수영도 하면서 놀지요. 끝나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나이가 들면 새벽에 일찍 깬답니다. 거의 매일 첫차를 타고 부산에 갑니다."

▲ 이른 아침 부산김해경전철을 탄 김해시민들.

여행용가방을 끌고 나온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어머니와 다정하게 앉아 있는 황서연(20) 씨는 김해공항에서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가야 한다. 황 씨는 "첫차를 탄 것은 처음이다. 어머니 친구의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3박4일 휴가를 간다. 아버지가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고 해서 첫차를 탔다. 많이 피곤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경적이 울리더니 새벽의 어둠을 뚫고 첫차가 도착했다. 다들 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며 객차에 올라탔다. 한 남자가 맨 끄트머리에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김해공항에서 항공특수장비 지원 일을 하는 염경철(46) 씨다. 그는 매일 오전 6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늘 첫차를 타고 다녀요. 다음 차를 타면 조금 지각이어서 늘 첫차를 탑니다. 김해공항으로 출·퇴근한 지 20년이 다 돼 갑니다. 경전철이 생겨서 최근에는 편안하게 출퇴근을 하고 있답니다."

객차 문이 닫히며 새벽 첫차는 출발한다. 장신대역에서 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다리를 꼬고 아이패드에 이어폰을 꽂은 채 편하게 등을 기댄다. 그는 "항공사 스튜어디스"라고 신분을 밝혔다. 이름은 밝히기 쑥스럽다면서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매일 일찍 출근한다"고 말했다.

경전철은 수로왕릉을 지나면서 만석이 됐다. 옷을 두껍게 입고 짐이 가득 든 보따리를 안고 있는 김 모(62) 씨는 부산 감전동에서 음식가게를 한다고 했다. 그는 "각종 재료를 준비하고 문을 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피곤하지만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전철이 대저역을 지나자 잠들었던 승객들이 하나 둘 눈을 뜬다. 김해공항역에서는 여행용가방을 든 승객들과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서둘러 내린다.

경전철은 한가한 들판을 가로지르더니 서부산유통지구역에서 괘법르네시떼역으로 넘어간다. 창밖에 보이는 서부산낙동강교의 불빛이 볼 만하다. 새벽에 보는 야경은 밤과는 다른 느낌이다. 조용한 첫차, 사상으로 달리는 경전철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매일 이런 풍경을 보며 아침을 준비한다. 5시 41분. 종착역인 사상에 도착했다. 조용히 눈을 감았던 첫차 승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 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갔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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