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지난 주말에는 충남 서천에 있었다. 영하 15도가 넘는 추위와 40㎝가 넘는 적설량을 경험했다. 지역주민들도 이렇게 많은 추위와 눈은 최근 몇 년 동안은 처음이라고 했다. 내린 눈은 세상을 수평으로 만들어 버렸다. 길인지 들판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서천 국립생태원은 주말마다 수천 명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추위 탓인지 수십 명의 사람들만 거닐고 있을 뿐이었다. 그곳은 모든 게 정지돼 버린 상태였다. 식당도 상점도 주유소도 문을 닫았고, 버스는 멈춰 섰고 섬으로 가는 배편은 모두 끊겨 있었다. 그날 저녁 TV 뉴스는 온통 눈과 추위를 전하는 내용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5일 동안 발이 묶였으며 설악산의 수은주는 영하 30도에 다다랐고, 울릉도에는 113cm의 엄청난 눈이 내렸다. 김해는 다행히 눈은 비껴갔지만 추위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 한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꽁꽁 얼려버렸다.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 폭설과 한파가 닥쳤고, 심지어는 일 년 내내 더운 홍콩이나 대만마저도 추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너무 추우니 따뜻한 남반구의 투발루라는 섬나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섬나라는 어디에 있는지 위성지도를 통해 찾아보려 해도 점점 찾기 어렵다. 투발루는 해수면의 상승 탓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추위 이야기를 하다 섬나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다.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지구온난화에 의한 재앙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다룬 '투모로우'라는 자연재난 영화가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기가 시작되었고 지구의 절반은 얼음으로 뒤덮인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주말의 상황은 바로 그 영화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나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이로 인해 지구의 기후는 격동하고 있다. 서태평양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홍수, 태풍 등의 기상재해가 일어나고, 북극의 얼음이 녹는 탓에 북극의 기류가 변동되어 이번 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이 초래됐다. 이는 모두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지구는 수 억년동안 이산화탄소를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의 형태로 땅속에 저장해 놓았다. 이를 불과 백년 만에 인간들은 지구의 대기로 뿜어내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들의 집 앞까지 찾아오고 있다. 그러면 이 문제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전 세계 196개국은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했다. 이 파리협약에서 참가국들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인 1750년 대비 1.5도 이하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각 국은 '자발적 감축목표'를 5년마다 점검키로 했고,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재보다 37% 감축키로 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3위에 이른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지구온난화의 1등 공신(?)인 셈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대신 그린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구의 온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리'라는 우리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앙, 이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국가건 개인이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전등을 고효율LED로 바꾸고, 실내온도를 1도라도 낮추고, 물과 물건을 아끼고, 재활용을 잘하는 등,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 사라지는 동물, 사라지는 나라의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모처럼 맞이한 추위에 '지구를 위해'라는 다짐을 꽁꽁 얼려 새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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