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섭 금해변호사
우민호 감독이 만든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란 영화를 보았다. 평소에는 주인공이 검사나 변호사인 영화는 사실 왜곡이 많다고 생각해 피해왔는데, 친구의 성화 때문에 같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과장된 부분이 많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갔다. 거기에다 몰입해서 영화를 보았기에 머리까지 아파 왔다.
 
어느 사회에나 '내부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에 의해 조직이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 구성원 전체에게 정보와 권력이 동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대 민주사회도 이러한데, 과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미 내부자에 속하는 자와 내부자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 그리고 내부자를 파괴하려는 자들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내부자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도 내부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조계의 내부자들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은 검사이다. 그는 출신 지역 및 학교 때문에 검사 조직 내에서 내부자가 되지 못하고 대검찰청 근무만을 희망한다. 대검찰청에 가기 위해서는 정치가와 언론인을 물리쳐야 한다. 그 과정이 험난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검사 한 명이 수 년 동안 한 건만 전담해 수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현장에 나가 직접 수사를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 검사가 희망대로 대검찰청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그는 정말 검사 조직의 내부자가 되는 것일까. 그는 대검찰청이라는 조직 내에서도 내부자가 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검사라는 지위만으로도 충분히 권력을 가진 내부자로 보일 테지만….
 
변호사로 일하면서 형사 사건 의뢰인들로부터 간혹 듣는 소리가 있다.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전관예우가 있으니 사건 결과가 좋지 않겠냐는 희망에서 그렇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번 똑같은 답변을 할 수는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사자들에게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인 본인도 전관예우의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한다. 상대방이 전관 출신 변호사라서 민사 소송에서 불리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고, 형사소송에서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만 절차 진행에 있어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일종의 배려를 받게 된다. 그것이 사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권력적 측면에서 본다면 변호사들 사이에서 내부자란 생각하기 힘들다.
 
다만 변호사들도 출신 지역과 학교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리고 대형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사들의 실력을 떠나 서울의 거대 로펌들이 대부분 수임을 독점한다. 이러한 진입 장벽 측면에서 본다면 변호사들 사이에도 내부자들은 존재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금수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내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흙수저는 내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내부자로 사는 게 행복한 일만은 아닐 것이고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고소득층 교육비는 저소득층의 7.8배에 이른다고 한다. 실질적 기회 균등은 더욱 멀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백윤식(이강희 역)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에게 "감독이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같은데"라고 했다. 친구가 한마디 했다. "맞는 말이잖아!" 영화 속의 이야기는 그저 영화 속에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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