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주촌면 대리마을의 가축 매몰지 현장. 나무판자와 폐타이어로 비닐을 고정시켜 놓았고 곳곳에 매몰지의 흙이 흘러나와 있다.

<김해뉴스> 취재팀은 지난 15일 오후 2시 김해시 주촌면의 13곳의 가축 매몰지 현장 중 10곳이 위치한 원지리 대리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는 돼지 재입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지난 구제역으로 돼지가 전부 매몰되는 바람에 축사는 모두 비어 있었고 주민들도 대부분 집안에 있는지 거리조차 한적했으며 마을회관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인근 논에서 일하는 김모(74) 할머니에게 말을 붙이자 우울한 말을 전했다. "마을 곳곳이 무덤이라 마을 전체가 죽어 있어. 시끌벅적하던 마을 주민들도 모두 웃음을 잃었어."
 
마을 이장을 찾아가서 가축 매몰지를 둘러봤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시가 매몰지를 설치하고도 주민들에게 일체 보상도 안 해주더니 이제 피해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공무원은 오히려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또 "마을 주민들 중 양돈농가에 일하는 사람은 이곳 환경이 좋지 않자 돼지를 키워 번 돈으로 시내에 집을 사 대부분 외지로 빠져 나갔으며 현재 노인과 여성들만 남아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침출수 정화조 없는 작은 매몰지, 코를 찌르는 악취에 파리떼 극성

비닐 안쪽 흙 부패돼 곳곳 웅덩이
주민들 "담당 공무원들 가끔 와" 재입식 반대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취재팀은 마을이장과 주민을 대동해 매몰지를 집중 점검해 보았다. 도로가 인접해 있거나 규모가 큰 매몰지 3곳은 침출수 유출을 방지하는 정화조를 설치해 두었으며 악취도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소규모 매몰지의 상황은 달랐다. 독한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었으며 돼지 사체가 썩어 매몰지가 내려앉아 비닐위에 물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파리가 모여 있었으며 매몰지를 덮어 놓은 비닐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대리마을회관에서 윗길로 300m 떨어진 매몰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비닐 위에 핏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비닐이 벗겨져 있는 곳도 발견됐다. 특히 침출수가 넘치지 못하도록 호스를 박아뒀는데 호스 끝이 하수도로 이어져 있었다. 또한 지난 1월 핏물이 유출돼 큰 난리를 겪었던 마을 하천 인근의 매몰지 현장을 가 보니 핏물이 흘렀던 자리는 흙으로 대충 덮어 수습해 놓았으며 흙은 검게 변질돼 있었다.
 
김해시는 침출수에 따른 하천오염으로 주촌면 주민들에게 지하수를 마시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에서 상수도를 설치해둔 상태지만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출되는 피해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주촌면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한림면 안곡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곡리에서 안하리로 빠져 나가는 국도변에 위치한 S축사 앞마당에는 돼지 1천200두가 묻혀 있는 큰 규모의 매몰지가 있다. 그곳은 현재 부패로 인해 곳곳이 움푹 패여 있었고 물이 고여 있었다. 특히 이 매몰지는 마을 하천에서 불과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어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안곡리 마을주민 최모(58) 씨는 "비가 많이 오면 매몰지에 빗물이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약 제방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이곳은 죽음의 마을로 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안곡리에서 마을 외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매몰지 곳곳은 더 상황이 심각했다. 대부분 비닐 안쪽의 흙이 검게 부패되어 있었으며 가스가 빠져나오는 비닐관은 팽팽해져 있었다. 또한 악취가 심하게 나 파리 떼가 모이는 등 개인 축사 내에 위치한 소규모 매몰지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김해시의 매몰지 관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매몰지 인근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최모(68) 씨는 "가끔 포클레인이 와서 마사토를 매몰지에 뿌리고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 관리로 피해가 없을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모(52) 씨도 "정작 발 벗고 관리를 해야 할 김해시 담당공무원은 일주일에 한 두 번 와서 비닐이 바람에 날리지 않게 모래 자루를 갖다 놓거나 그냥 둘러보고 가는 식"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김해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집중적인 관리와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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