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기자가 직접 청소년들이 사용 중인 방법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봤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하니 단 10분 만에 생년월일이 바뀐 위조주민등록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조금 논다 하는 애들은 다 가지고 있어요."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김해 소재 고등학교 재학생 정모(18) 군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말했다. 그는 실제로는 '1994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증엔 버젓이 '1990년'생으로 기록돼 있었다. 육안으로는 분간이 어려웠지만 손으로 만져 보니 곧바로 종이 특유의 질감이 느껴졌다. 컬러프린트와 사진프로그램(포토샵)을 이용한 위조신분증이었던 것. 정 군은 "한 학년에 1~2명 정도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꾼'이 있고, 이를 사고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청 위생과에 따르면 10대들은 이렇게 위조한 신분증을 주로 술, 담배 등 금지품목을 사는 데 활용한다. 이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이에 속은 상인들이 의도치 않게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내외동 소재 T감자탕. 이곳의 종업원 이모(52)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2월 20대 손님에게 맥주를 팔았는데, 경찰 단속 결과 이들이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로 밝혀진 것. 이 씨가 주문 전 확인한 주민등록증엔 분명 1992년생이란 숫자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이 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2천400만원'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나마 사전에 주민등록증을 확인했다는 것이 확인돼 정상참작이 된 결과였다.
 
삼계동 P업체 사장 서 모(38) 씨는 "주민등록 번호 앞 두 자리를 칼로 긁어내고, 직접 숫자를 그려 넣고 코팅지를 붙인 위조신분증으로 몇 년 동안 단골로 가게에 드나들던 고등학생도 있었다"며 "당연히 성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를 안했는데, 적발 당시 신분증 확인을 안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2개월을 당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위조신분증 제조과정을 살펴본 결과, 카메라와 포토샵 프로그램, 컬러 프린트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할 정도로 위조 방법이 손쉬웠다. 정 군은 가족의 주민등록증을 사진으로 찍은 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과 주민번호 앞 두 자리 숫자를 교체했다. 이후 문방구에서 구매한 A4스티커지에 이를 인쇄, 다시 주민등록증에 붙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조주민등록증은 바쁜 식당에선 진위를 가려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첫 발각 시엔 영업정지 2개월이고, 3번 적발되면 가중처벌돼 영업장이 폐쇄되는 등 그 처벌 강도가 무겁다. 위조 주민등록증을 증거로 제출하면 어느 정도 참작이 되지만,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선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균형 있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김해시청 위생과 관계자는 "적발되는 업체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상인들이 대부분"이라며 "무조건 상인들을 처벌하기보다는 사문서를 위조한 청소년을 규제하는 현실적인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 행정처분 공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음식점은 모두 41곳으로 개인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한 사례 등을 제외하고 나면 청소년주류판매가 전체 원인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상인들이 제출한 사유서를 살피면 이들 중 1~2곳을 제외하곤 모두 위조 신분증에 속은 경우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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