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의 김해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혼탁은 김해 정치의 후진성이 빚은 결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해의 정치권이 오만하고 무책임한 언행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4·13 김해시장 재선거 경선 과정에서 엄청난 잡음과 불협화음을 일으켜 김해 정치의 후진적인 속살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두 당은 모두 사사로운 이익 추구에 따른 당적 바꾸기, 경선 결과 불복, 시정잡배와 다름없는 패거리 정치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 있다. 

말만 ‘국민경선’… 확정 후보 뒤집고 결과 불복 막무가내 반발
“내가 안 될 바에야 판 깨버리자” 후진적 속살 그대로 드러내
상당수가 소속 정당 옮긴 전력… ‘철새 정치인’들 득실
“국민·민주·정의 말 뿐” 시민들 당리당략·패거리 정치에 넌더리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천박한 경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 5일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공윤권 예비후보를 김해시장 재선거 당 후보로 결정했다. 더민주는 전국 최초로 안심번호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역선택의 우려가 없고,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크게 자랑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불과 엿새 뒤인 11일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으며 허성곤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김해시장 재선거 당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민들의 판단을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후보를 교체한 것이다.

공 후보는 수 차례 반박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반발하는 한편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 더민주 김해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무시한 채 특정 후보로 시장 후보를 교체한다는 정치 공작설이 난무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해뉴스>에 '유력 정치인'은 더민주의 민홍철(김해갑)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10일 김해시장 재선거 경선에서 김성우 예비후보를 당 후보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1차 여론조사 경선에 이어 9일 당원 30%, 국민 70%의 비율로 결선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김성우 후보에게 정치신인 가산점 10%를 부여했다. 김 후보는 결선 상대였던 김정권 예비후보에게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김정권 예비후보는 '여론조사 조작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개입설'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지자들과 함께 새누리당 중앙당과 경남도당에서 집회를 열면서 경선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원 최 모(43·진영읍) 씨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김해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 당리당략과 유력 인사들의 이기주의만 판을 치는 것 같다. 특히 더민주는 평소 '국민, 민주, 정의'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당인데, 시민들이 뽑은 후보를 거리낌 없이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니 착잡하다"고 개탄했다.

회사원 박 모(38·구산동) 씨는 "김해의 정치인들을 보고 있으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초빙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누리당은 엉망진창이고, 더민주는 후안무치하다"고 질타했다.
 
■김해는 '철새 정치인'의 서식지?
김해는 정당을 수시로 옮겨 다니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소속 정당을 옮긴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이 따져보거나 비판을 하지 않으니, 이들이 마음 놓고 활개를 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13김해시장 재선거에 나선 더민주의 허성곤 후보는 2년 전 김해시장 선거 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허 후보는 이번 재선거를 앞두고는 느닷없이 더민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평소 새누리당 성향임을 강조해 왔고, 친지나 지인들도 거의 다 새누리당 쪽에서 활동해 온 터였다.

그는 더민주에 입당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비난함으로써 당적 이동의 명분을 확보하려 했지만, 새누리당에서는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당적을 옮긴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김해시장 후보가 돼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허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허 후보가 입당 전에 민홍철 의원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여러 차례 상의를 했다. 홍 지사와도 협의를 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공윤권 후보는 이와 관련, "민 의원과 허 후보 사이에 남들이 모르는 어떤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2년 전 시장선거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한 임용택 전 김해시의회 의장도 허 후보와 비슷한 시점에 더민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경선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다. 한때 임 전 의장의 주변에서는 "임용택이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다"거나 "임 전 의장이 한 행사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를 염두에 둔 듯 '개한테 물리면 하루면 되고, 뱀한테 물리면 사흘이면 되는데, 사람한테 물리면 평생이 간다'는 뼈있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민홍철 후보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오랫동안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고 활동하다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으로 옮겨갔다. 당시 지역구의 당내 경쟁 상대였던 김정권 당시 국회의원이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되는 바람에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당적을 바꿨다는 게 중론이다.
 
김맹곤 전 김해시장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와 함께 한나라당에 속해 있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김 전 지사와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현 더민주)으로 갔다. 그는 당을 바꾼 뒤 총선과 시장 선거에서 당선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이다. 김성우 후보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내다 새누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공격당했다.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유갑 씨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냈고,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하거나 경선에 참여했다. 이만기 총선 김해을 예비후보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열린우리당을 오간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시민 손 모(29·삼방동) 씨는 "김해 지역 정치인들의 가치관과 철학이 궁금하다. 투표를 안 할 수는 없으니, 결국 후보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김예린 기자·조나리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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