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김해 외동 한 카페에서 김해FC 공식서포터즈 '구신'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인(31)·정형식(22)·허민영(23) 씨.

지난 10일은 김해시청 축구팀(김해FC)에겐 잊지 못할 날이었다. 부진으로 해체위기까지 내몰렸던 김해FC가 내셔널리그 1위 팀인 창원FC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선수들보다 더 기뻐했던 사람들은 따로 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 홈구장인 김해운동장에서 목이 쉬어라 응원을 펼쳤던 김해FC 서포터즈 '구신' 회원들이다.
 
승리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4일 국가대표보다 김해FC가 더 좋다는, 못 말리는 '구신'들을 만나봤다. 이날 참석자는 박상인(31) 회장과 서포터즈 홈페이지에 경기 관람 평을 쓰는 허민영(23) 씨, 그리고 구신의 막내 정형식(22) 씨다.

2008년 팀 창단과 함께 결성, 온·오프라인 회원 500여명 달해
원정경기까지 모조리 열혈 응원  "김해를 사랑하기에 가능하죠"

"박지성이요? 글쎄요, 저한텐 김해FC 윤태현 선수가 최고예요." 박상인(31) 회장의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격렬했던 창원 전의 응원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탓이다. '구신'의 팀 사랑은 내셔널리그 서포터즈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2008년 팀 창단과 함께 만들어진 이후, 장소를 불문하고 원정경기까지 모조리 따라 나서서 열혈 응원을 펼치는 정성을 보이기 때문. 구신이 제일 못 참는 것은 김해 FC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을 입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9년엔 반칙을 한 상대편 선수를 두고 협회와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해당 선수를 징계위에 교부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싸우게 할 순 없잖아요. 내 선수는 내가 지키는 거죠." 박 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쯤 되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박 회장을 비롯해 구신 회원들은 모두 직장인이나 대학생이다. 낮엔 일이나 공부를 하고, 밤엔 구신활동을 하다 보니 하루가 모자란다. 온라인 회원은 5백 여 명이고, 꾸준히 경기관람 등 활동을 하는 오프라인 회원은 15명 내외. 오프라인 회원들은 말 그대로 연애할 시간도 없이 '구신'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에 비춰봤을 때, 김해FC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팀'은 아니다. 실업팀이다 보니 당연히 유명프로선수 하나 없을 뿐더러,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지도 않다. 성적도 좋지 않다. 전체 14개 실업 팀 중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상에 축구팀은 많다. 국내 프로팀은 물론, 해외 팀도 실시간으로 경기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 잘하는 팀을 응원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텐데 김해FC를 고집하는 속내가 궁금하다. 허 씨는 이를 지역사랑으로 설명했다. "영국엔 프로축구가 4부 리그까지 있거든요. 선수들이 다들 다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수준도 아마추어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한 번 경기를 했다 하면 그 팀이 있는 지역 주민 3만 명이 응원을 나와요. 결국 구신도 '김해'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인 거죠. 구신이 지역통합의 한 구심점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김해를 사랑하고 김해FC를 사랑해서, 국내 올림픽 경기까지 제쳐둔다는 이 열혈 응원단의 바람은 소박했다. "김해FC가 잘하든 못하든 우린 언제나 응원하고 지켜볼 거예요. 그러니까 팀을 해체한다거나 선수가 팀을 떠난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김해 시민의 반의 반 만이라도 경기를 보러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창원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잠시 휴식기에 접어든 김해FC는 오는 7월29일 저녁 7시 김해운동장에서 홈경기를 재개한다. 입장료는 전액 무료니 당신만의 박지성을 찾아 달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운동장이 터져나가라 김해FC를 외치고 있는 구신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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