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통합대학원장
19줄×19줄은 바둑판에 그려진 세로줄과 가로줄의 수다. 그 위에 바둑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그래서 바둑을 흔히 우주와 인생살이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이 흥미로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간과 기계의 무한함을 가로 세로 19줄 위에서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국은 인류 미래의 축소판까지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세상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초의 예상과 달리 인류대표 이세돌 9단을 알파고가 내리 세 판 이겼다. 바둑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우울감이나 무력감마저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다'라는 이 9단의 말도 쉽게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네 번째 대국 승리 후 '인간이 이겼다'고 환호성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알파고에 대해 느낀 굴욕감이 꽤나 컸던 것 같다. 겨우 인간의 체면은 살린 모양새가 되었다.
 
심지어 어릴 적 봐 온 공상과학영화를 떠올리면서 알파고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공지능로봇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상상을 우리는 잠시나마 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알파고를 보면서 인간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국은 엄밀히 따지면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아니라 이세돌이라는 한 인간과 다수의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과의 싸움에 불과하다.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노력과 기술로 창조해 낸 새로운 유형의 발명품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사의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의 말처럼 이번 대국은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 전부다. 인간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도, 인간을 이기기 위한 싸움을 목표로 계획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 것인지, 인간에게 보조자가 될 것인지 경쟁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무거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알파고의 진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 구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해 왔다. 딥마인드 외에도 스카프트, 레드우드로보틱스, 메카로보틱스, 네스트 등 로봇과 관련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합병을 통해 사들였다. 연구비도 과감하게 쏟아 부었다. 허사비스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알파고는 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인 단계인 프로토타입 단계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전 단계인 베타단계를 거쳐, 첫 번째 테스트 단계라 할 수 있는 알파단계를 거치면 현재의 모습보다 훨씬 강력해 질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의 활용범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고 다양화될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진로상담을 가르치고 있다. 진로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가 직업세계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탐색능력을 갖는 것이다. 알파고를 보면서 인공지능이 향후 인간의 직업세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시대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물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있다. 사람의 정서를 다루는 분야, 지혜를 만들어 내는 일, 창의적인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영역이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마침 지난해 12월부터 '진로교육법'이 시행되었다. 초등학교부터 진로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역진로교육센터를 설치하여 각급 학교의 진로교육과 진로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또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되어 조기에 다양한 직업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국이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직업세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값진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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