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섭 금해변호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계약을 하고 산다. 부동산임대차계약, 부동산매매계약, 물품공급계약, 공사도급계약 등. 이런 각종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계약금, 해약금, 위약금이라는 용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위 용어의 의미와 법적 효과를 잘 알지 못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A는 B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대금 5억 원의 20%인 1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A가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원하지 않을 때 A는 반드시 계약금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계약금이란 계약체결 시 또는 계약성립 후 채무의 이행기까지 계약의 징표로서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교부하는 금전 또는 기타의 유가물을 말한다. 민법은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위약금은 반드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필요하다.
 
위 사안에서 A가 매매계약 이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단순히 해제하면 된다. 통상의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계약해제와 관련한 조문, 즉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A는 위 규정이 있든 없든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A가 1억 원이나 되는 계약금을 포기(이는 해약금이 1억 원이라는 의미이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
 
한편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위약금 조항이 있는데, 통상 "매도인 또는 매수인이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게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앞서 본 해약금에 기한 계약해제와 달리 이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에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해제가 자유롭지 못하다.
 
위 사례로 돌아가서 보면, A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또는 해약금에 기하여 계약을 해제할 것이 아니라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B는 장기간 기다리지 못하고 A의 잔금미지급, 즉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먼저 해제하려 할 것인데, 이때는 B가  해약금 규정에 의해 계약금을 몰취할 수 없다. 해약금은 계약 해제를 원하는 B가 오히려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B는 A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기준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면 B는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고서도 1억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주장하여 기 지급받은 계약금 1억 원을 A에게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가 된다.
 
하지만 위약금은 법원에서 적당히 감액할 수 있고, 통상의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이므로 A는 매매대금의 10%를 초과한 금액, 즉 5천만 원을 반환 받을 수 있게 된다. 매매대금이 크고,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매매대금의 10% 미만으로 위약금이 산정되기도 한다. 이처럼 해약금에 기해 계약을 해제할 것인지, 채무불이행에 기해 계약을 해제할 것인지, 반대로 계약을 해제 당할 것인지에 따라 현저히 법률관계가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앞선 경우에서 매매계약서에 손해배상액을 계약금으로 본다는 문구가 없다면 B는 자신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그 금액의 한도에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계약금보다 현저히 낮은 손해배상을 받게 된다.
 
위를 정리해 보면 계약금은 해약금이 될 수도 있고, 위약금이 될 수도 있는데, 해약금과 위약금은 엄격히 구별되며, 해약금은 잘잘못을 떠나 계약 해제를 원하는 자가, 위약금은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는 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어떤 계약서에 해약금과 위약금 규정이 있다면 이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고, 적당한 금액의 계약금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