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주촌면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한국전력이 지난 2008년 주촌일반산업단지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탑(154kv) 설치를 계획하면서, 주민들과 3년 간 진행해 왔던 위치 관련 협상을 뒤집고 일방적으로 '원안'을 강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촌 한전 고압선 문제대책위'(위원장 박기원) 이상애(52) 간사에 따르면 한전측이 송전탑 설치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한전 측은 주촌 덕암분기점에서 정산골프장, 주촌초등학교 부근, 천곡산성 뒤쪽, 능소·망덕변전소 등 7㎞의 거리에 총 19개의 송전탑을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한전 측이 사전에 이렇다 할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설명회를 중지시키고 2009년 1월 대책위를 꾸려 냉정분기점~신기변전소 등을 걸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전 측의 원안 대로 송전탑이 설치될 경우, 주촌초등학교에 불과 70m 떨어진 지점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이 설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 주거집단 지역인 선암지구와 맞물리면서 주촌면이 송전탑을 기준으로 둘로 나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책위와 한전측은 여러 차례 협상 끝에 지난해 10월 마지막 간담회 자리에서 냉정분기점~신전사거리~남해고속도로시설녹지(친환경전송탑)~후포마을(300m지중화)~신기변전소에 이르는 송전탑 설치 안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이 간사는 "한전측의 편의를 고려해 애초 주장했던 지중화 구역도 최소화 했고, 공사비도 원안(100억)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한전측도 공사구역 자료까지 만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측은 6개월 만에 별다른 이유없이 태도를 바꿨다.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주민과 접촉을 회피했고, 6개월 뒤인 지난 5월 25일 주촌 면장실에서 원안 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대체선로가 지나는 신기, 가곡, 후포마을 지역 주민들 반발이 크다"는 것이 한전측의 주장이다. 한전남부건설 관계자는 "2년 이상 마을 주민들과 합의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소용 없었다. 임야나 산지가 있는 곳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원안 대로 지식경제부 심의와 김해시의 승인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3년 간 한전의 약속만 믿고 기다렸으나 결국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설치를 보게 된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상애 간사는 "한전측은 해당 마을주민과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3년 간 우롱당한 꼴이 된 만큼,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은 물론 주촌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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