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지역인 김해는 감자, 부추, 쌀 등 매년 10여 만t의 농산물을 생림면, 한림면 등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산딸기는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생산 규모가 크다. 하지만 김해지역 농산물을 김해에서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 농산물의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전국 및 김해 로컬푸드 현황과 김해 지역 로컬푸드 활성화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장거리운송 식품 신선도 떨어져
복잡한 유통구조에 농민만 손해

김해 직매장 두곳 위치 탓 애로
직거래장터 개설로 그나마 숨통

시, 진영휴게소에 ‘행복장터’ 운영
북부동 등에 매장 개설도 검토

■ 글로벌푸드-로컬푸드
우리나라 국민들은 '글로벌푸드' 소비에 젖어 있다. 1970년 80.5%였던 곡물자급률은 2015년에는 23.8%로 크게 떨어졌다. 스위스(202%), 독일(116.4%)은 물론 스페인(51.4%), 일본(30.7%)에도 못미친다. 지난해 과일 수입량은 70만t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사과(47만t)의 1.5배 가량 된다.
 
글로벌푸드는 장거리를 이동해 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칠레산 포도는 약 1만 8천300㎞,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체리는 9천300㎞,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9천900㎞를 달려 식탁에 오른다. 식품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린 거리를 뜻하는 '푸드 마일리지'를 살펴보면,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천85t·㎞였다. 일본(5천484t·㎞), 영국(2천337t·㎞), 프랑스(739t·㎞)에 비해 훨씬 높다. 푸드 마일리지는 수입식품의 양과 거리를 곱한 수치다. 식품 2t을 50㎞ 떨어진 곳으로 수송했을 경우 푸드마일리지는 100t·㎞다. 푸드 마일리지 값이 크면 클수록 많은 식품을 먼 거리에서 가져와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식품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진다.
 
'글로벌푸드'와 반대되는 개념이 '로컬푸드'다. 장거리 운송·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한다. 지역농산물을 이용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은 2001년부터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로컬푸드운동본부가 설립된 이후 로컬푸드에 대한 홍보, 교육,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 운동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면, 그 많은 먹거리 중에 왜 로컬푸드를 이용해야 하는 것일까. 로컬푸드에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 농가 소득 증대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 대동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매장이 고객 부족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4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에 따르면, 농수산물 유통과정은 농가-생산자단체-산지유통인-법인 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업체-소비자 등 5~7단계로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34개 주요 농산물 가격을 분석한 결과 44.8%가 유통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1천 원에 구매할 경우 448원이 유통비용이고, 나머지 552원만 농가에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유통 경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직거래를 할 경우 유통비용 비율은 41.2%로 도매시장으로 유통할 때보다 유통비용이 약 2~3%정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거래의 경우 유통비용은 412원, 농가 수익은 588원에 이르렀다.
 
로컬푸드운동본부 김양환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5~6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친다. 반면 로컬푸드는 1단계 밖에 없다. 유통비용이 줄어 농가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된다. 또 로컬푸드는 누가 재배했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로컬푸드 매장 김해 현황
김해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동면 대동농협 하나로마트와 진영읍 영농법인 ㈜봉하마을 경남친환경로컬푸드직매장이 로컬푸드 직매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위치라는 문제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동농협 하나로마트는 경남지역 농협 중에서는 최초로 2013년부터 매장에 33㎡ 면적의 매대를 만들어 대동면 농산물을 진열·판매하고 있다. 첫 해에는 생산품 출하농가가 30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4곳이 납품하고 있다. 하루 평균 농가 20곳에서 딸기, 산딸기, 블루베리, 복분자 등 과일과 깻잎, 호박잎 등 채소 20~30가지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대동농협 관계자는 "대동면은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소비지가 아닌 생산지다. 그래서 대동면 주민들의 농산물 구매가 적은 편이다. 로컬푸드는 당일 유통이 원칙이어서 하루가 지나면 농가에서 다시 가져간다. 소비가 적다 보니 반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봉하마을 경남친환경로컬푸드직매장은 주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32㎡ 규모의 매장에서 쌀, 딸기와인, 벌꿀 등을 팔고 있다. 직매장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는 모두 180곳이다. 이중 160곳이 쌀을 납품하고 있다.
 
이곳도 대동농협 하나로마트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생산지여서 과일, 채소 등 신선도가 중요한 지역농산물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주말에만 판매하고 있다. 경남친환경로컬푸드직매장 관계자는 "쌀 이외의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봉하마을은 주민 밀집거주지역이 아니어서 과일·채소류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마켓인 '봉하장터'를 통해 과일·채소류를 예약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경전철 가야대역사 인근에서 생림면-북부동 직거래장터가 열리고 있다. 1천700여㎡ 규모 장터에서 50여 농가가 감자, 딸기, 토마토, 단감, 홍시 등 70~100여 개 품목을 판매한다. 지난해 2~11월의 판매수익 누계는 8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5월부터 매주 수요일 대동면 운동장에서는 '대동 직거래 장터'가 열리고 있다. 20여 농가가 참여해 농·축산물, 수산물 등 25~35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수익은 6억 4천여만 원에 이른다.

■ 김해 로컬푸드 활성화 대책
농민들과 로컬푸드 직매장 관계자들은 지역 농산물의 지역 소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내지역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하고, 대영 유통업체들의 로컬푸드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동면 농민 김 모(41) 씨는 "대동농협 하나로마트의 직매장은 너무 좁아 다양한 농산물을 입점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대동면, 생림면, 진영읍 외에도 인구가 많은 삼계동, 내외동, 장유 등지에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시는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해농업기술센터는 남해고속도로 부산 방향 진영휴게소에 있던 농사판매장을 '로컬푸드 행복장터'로 재단장해 오는 6월부터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또 낙동강레일파크와 가야테마파크에 로컬푸드 주말 직매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동농협과 연계해 인구가 많은 북부동 등 시내지역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과 관계자는 "전북 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로컬푸드는 시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분야다. 농민들의 수익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가 직접 나서서 로컬푸드 체계를 갖추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가들을 대상으로 다품목 소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배미진·어태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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