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김해도서관에서 열린 시민 집담회에서 토론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밀양신공항을 건설하면 김해시민들은 '제2의 중국 민항기 사고' 우려에 시달릴지도 모르고, 주남저수지와 화포천습지 등 철새 도래지를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해YMCA·YWCA,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김해여성회, 우리동네사람들, 생명나눔재단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밀양신공항 반대 시민대책위원회(공동 집행위원장 박영태·박재우)'는 지난 7일 오후 7시 김해도서관 3층 시청각실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시민 집담회를 열었다. 시민집담회는 지정된 토론자들이 발제를 한 후 청중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김해여성복지회관 김은아 관장,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 김해시의회 김형수(더민주) 의원이 나섰다. 이날 집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밀양 하남, 험한 산지에 안개 잦아
돗대산처럼 사고 발생 우려 높아
주남저수지·화포천 서식 철새들
‘움직이는 장애물’ 항공기 충돌 위험
새 공항보다 기존 시설 활용해야

■ 김은아 관장 “돗대산 트라우마 시달려”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던 돗대산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부상자와 시신들이 들것에 실려 내려왔던 그 날의 참혹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억은 구조대원을 도와 봉사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비행기가 낮게 날면 또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밀양은 분지지역이다. 높은 산이 많이 둘러싸고 있고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다. 돗대산처럼 사고가 일어날 위험 요소가 많다. 밀양신공항의 위험성은 밀양 사람들도, 김해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심각성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문제들은 우리의 생존권과 후손들의 생존권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김해 뿐 아니라 밀양 등 다른 지역과도 공감대를 만들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 임희자 국장 "철새도래지 폐기해야"
가덕도나 밀양이나 신공항 부지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이다. 2011년에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함께 반대했다. 최근 주민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어민, 농민, 농민회에 연락을 해 보았더니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정치적 논리 속에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지역에서 발전 저해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밀양신공항의 경우 활주로가 굉장히 넓은 들녘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들녘이 공항 부지로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밀양 신공항, 가덕 신공항 부지는 굉장히 중요한 철새 경로에 들어간다. 밀양신공항이 들어서는 밀양 하남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화포습지와 불과 4~5㎞ 떨어져 있다. 주남저수지는 최대 200여 종의 철새 2만여 마리가 월동하고, 이 중 국내·외 멸종위기종 20여 종이 서식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새 도래지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습지를 중심으로 월동한다. 공항에 있어 철새는 고정적 장애물이 아닌 움직이는 장애물이다. 항공기 운항에 안전상 문제가 될 수 있다. 비행기 이·착륙 때 철새가 항공기에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새 도래지를 폐기처분해야 한다. 공항에서 30~40㎞ 내에 있는 낙동강 수변, 주남저수지, 화포천습지 등을 매립해야 한다. 이런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2011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27개 산봉우리를 절취해야 한다고 한다. 경남도는 4개라고 한다. 27개든 4개든 산을 깎아 공항을 만드는 곳이 과연 맞나.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에서는 과거보다 안개 일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상황은 2011년 국토부 자료와는 또 다르다. 현재 용역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이 고려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김포공항,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은 비행기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밀양에도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밀양신공항이 들어서면 밀양, 창원에서는 5개 이상 학교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밀양 하남, 창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주민들이 앞으로 받아야 하는 고통과 문제점들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 지난 7일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김해도서관에서 열린 시민 집담회에서 토론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 곽승국 대표 "김해 산림 훼손 엄청나"
생태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 밀양신공항이 건설되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김해다. 공항은 밀양에 만들어지지만 항공기 경로가 모두 김해 위를 지나게 돼 있어 환경적인 피해는 김해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지역 사람들은 너무 모르고 있다.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300만 평 이상의 땅을 확보해야 한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그런 곳이 많지 않다. 밀양의 경우 농경지 300만 평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되고, 가덕도는 매립을 하게 되면서 해양환경 파괴가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다.
 
밀양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산림 훼손 문제가 크다. 밀양 농경지 300만 평이 망가지고 김해 산림 150만~200만 평이 사라진다. 김해에서는 산봉우리 19개가 깎여 나간다. 이 중 김해의 상징인 무척산의 3분의 1이 잘려 나가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옆에 있는 봉화산도 잘려 나간다. 그 많은 산을 자르는 데에 10년이 걸린다. 10년 동안 김해는 산을 자르기 위한 공사로 망가질 것이다.
 
생태학적 문제도 있다. 밀양신공항 예정지 주변은 모두 철새 도래지다. 큰기러기, 독수리 같이 높이 나는 새들도 있다. 이 새들은 2~3㎞ 높이까지 올라가는데,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높이와 비슷하다. 이 경우 충돌을 막기 위해 화포천습지·예림습지를 없애야 하고, 주남저수지에도 철새가 올 수 없게 해야 한다. 영종도신공항 주변에도 습지가 많았지만 다 없어졌다. 공항 부지로 쓰려고 없앤 것이 아니라 공항 근처에 새가 못 오게 하려고 매립한 것이다. 이 곳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스럽다.
 
밀양이든 가덕도든 공항 입지로 결정되면 다음 수순이 무엇일지 우려된다. 김해공항이 폐쇄된다면 그 자리는 개발될 것이다. 울산·대구 공항도 마찬가지다. 시끄럽고 문제되는 것은 밀양에 보내고, 대구는 그 자리를 개발하려 할 것이 아닌가. 그러면 또 환경이 망가진다. 울산·대구공항 역시 건설 당시에 주변 환경이 망가졌다. 공항을 하나 만든다는 것은 환경적인 재앙이다. 더 이상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고 이미 만든 공항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대구공항은 전체 수용능력의 6%를 활용하고 있다. 김해나 부산에서 1시간이면 대구에 간다. 인천공항 수요를 분산시킨다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김형수 의원 "도, 자료 공개 왜 못하나"
지난달 2일 김해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밀양신공항이 생길 때 김해가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해 말했고, 같은 달 9일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밀양신공항 반대)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 채택 이후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많이 받았다. 밀양신공항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시의회에서는 2011년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발언을 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밀양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김해 산봉우리 19개를 깎아야 한다. 경남도에서는 (깎아야 하는 산봉우리가)19개가 아니라 1개며, 2011년 자료는 폐기됐다고 했다. 2011년 자료는 국토부에서 유일하게 공개한 자료다. 경남도의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자료다.

한 경남도의원은 "현재 국토부에 제출돼 검토되고 있는 자료에는 밀양공항을 건설할 때 김해에서 절취되는 산은 생림석산 한 개에 불과하다. 심야시간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한 개라고 하지만 그 위치가 생림석산이라는 것이다. 생림석산이 절취된다면, 비행기 방향은 인구 밀집 지역인 북부동으로 바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 심야시간에 비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24시간 이용할 수 없는 공항을 왜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5년에 한 번씩 공항공사에서 항공기 피해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 보상을 한다. 그런데 201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해에서는 단 한 군데도 피해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김해시민 모두 항공 소음 피해를 입고 있지만, 단 한 곳도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밀양에 공항이 생기면 한림, 밀양은 1~2종 소음 피해 지역으로 지정이 돼 보상을 받겠지만, 다른 지역은 보상도 받지 못하고 24시간 항공 소음을 겪어야 한다. 
 
김해뉴스 /정리=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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