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식 인제대 교수.
"다 늙어 다니지도 못하거나 병들어 눕게 되었을 때 링거 꽂아주는 복지 말고, 다닐 수 있을 때 즐길 수 있는 문화 복지도 좀 해라!"
 
김해인으로 창원시의 공직에서 은퇴하고 인제대학교 박물관대학에 5년 동안 다니고 있는 허영하 선생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사회복지를 말하지만, 후자는 보다 적극적인 문화복지를 이르는 모양이다. '생존형 사회복지'가 당연해진 지금, 앞으로 '행복형 문화복지'가 더 필요하리라는 지적으로 생각한다.
 
근년 우리 사회에서도 문화복지란 말이 등장하고, 100세 시대 초고령화 사회 복지정책의 하나로 시작됐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지자체 주민센터나 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정책화된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왕성하게 실행돼 왔다. 일본의 대학들이 출생률 저하로 인한 신입생의 급감과 활동하는 노인층의 증가라는 사회현상에 따라 생존전략의 하나로 평생교육을 선택한 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자칫하면 지겨울 수도 있는 강의에 약간의 현지답사와 체험활동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10년 간 박물관대학을 이끌어 오면서 그 가능성과 효과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성인강좌의 박물관대학을 '어른들의 행복 찾기' 또는 '행복 찾기의 다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년만 해도 '인도의 세계유산'이란 단 한 가지 주제로 1년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50명이 넘는 수강생 모두 그렇게 열성적이고 즐거워 할 수가 없다.
 
허왕후 빼고 관심조차 없었던 인도에 대해, 역사·문화·경제·사회·음악·요리·영화 등의 강의를 듣고, 부산인도문화원에서 음악과 요가를 체험하며, 11월 중순에 있을 인도세계유산기행의 꿈에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연 2회의 독서토론회 중에 지난 5월엔 <라마야나>를 읽었다. 마하트마 간디가 죽을 때 외쳤다는 "라마", 곧 비슈누 신의 모험이야기로 쓰인 세계적 서사시이지만, 과연 김해에서 읽은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처음 읽기 싫어하던 때와 다르게, 읽고 토론 한 뒤에는 다들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겉 사람은 낡아 가나, 속 사람은 나날이 새로워 간다'는 기쁨을 느끼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매번 연말 종강 때 "행복하셨습니까?"하고 묻는다.
 
2011년 3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읍·면·동주민센터에 문화복지사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87%의 국민들이 찬성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복지사 인력양성계획을 발표했고, 몇몇의 문화복지사협회도 만들어진 모양이다. 시·군·구·읍·면·동의 주민센터나 문화의 집에 배치되기 시작했다는데, 김해시에 문화복지사가 배치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시청홈페이지의 복지정보 등에는 문화복지란 용어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해문화재단이나 김해문화원, 그리고 여러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문화복지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복지란 개념과 재원의 확보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혁명적 지원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문화복지가 노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들의 문화적 감성과 창조정신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 사업이기도 하다. 영세가족·소년소녀가장·다문화가족 등의 소외가족을 대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는 문화복지는 전 시민들의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요소로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문화복지의 실현은 시 예산상에 문화복지의 항목을 설정하고, 문화예산의 획기적 확대로 보장될 수 있다. 김해시 예산에서 사회복지가 3천491억 원의 36% 비중을 차지하는데 비해, 일부 문화복지와 관련될 것으로 보이는 문화관광은 552억 원의 6%에 불과하다. 사회복지 중 노인복지 부분에 문화복지 사업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적은 문화관광예산에서는 관광시설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김해의 문화인들은 "0.3%에 불과한 문화예산"이라 말하는 모양이다. 정부예산에도 '문화가 있는 날, 실버세대문화교육, 인생나눔교실' 등 문화복지 관련의 항목과 증액이 눈에 띈다. 문화복지의 예산을 새롭게 설정하고 문화예산의 획기적 증액을 통해 문화복지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도시, 김해'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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