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우리동네사람들 시민학교 교장.
김해시가 삼계동 띠앗공원(2천782㎡)에 1호 '생태놀이터'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해시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친밀해지게 함으로써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총 예산 3억 원을 들여 삼계동 어린이공원인 띠앗공원에 다양한 자연생태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생태놀이터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생태놀이터란 도시의 어린이가 집 근처에서 흙, 풀, 나무 등의 자연생태요소를 활용해 놀이, 생태체험, 휴식 등을 할 수 있는 자연생태공간을 말한다. 도심 속 생태놀이터사업은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전국 사업이다. 김해시는 올해 1호를 시작으로 여건이 되는 한, 매년 1개씩 기존 놀이터를 '생태놀이터'로 바꿔갈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아파트마다 동네마다 개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획일화된 철제 놀이기구에 화학물질 덩어리 안전매트로 치장된 놀이터가 지천이다. 장유신도시의 경우에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3개가 공장에서 찍어낸 복제물처럼 하나같이 다 똑같다. 놀이터는 단지 아파트 준공허가를 받기 위한 '공문용 놀이터'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아파트 놀이터는 관리사무소의 관리를 받으니 사정이 낫다. 공공놀이터는 폐가처럼 버려진 지 오래다. 모래는 길고양이들의 대소변으로 관리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주변은 소주병과 담배꽁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려지고 관리되지 않는 놀이터를 도심속 생태놀이터로 재생한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가?
 
생태놀이터 조성지를 찾아가 봤다. 6월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굴삭기가 땅파기에 한창이었다. 이제 곧 9월이면 조감도대로 아기자기한 멋진 놀이터가 생길 것이다. 곤충탐험대, 목재조합놀이기구, 언덕미끄럼틀, 사면오르기, 동굴놀이대, 나무평균대, 세족장 등 주변 놀이터와는 차별화된 놀이터가 김해에 생기는 것이다. 시설만 보자면 지난달 7일 개장한 순천기적의놀이터와 흡사해 보인다.
 
순천기적의놀이터는 어린이와 시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놀이터 하나를 짓기 위해 2년이라는 긴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이용자, 시공자, 관리자가 끊임없이 이견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기적의놀이터 약속'과 같은 공동의 철학, 약속을 만들어 냈다. 이는 세 주체에게 모두 '내가 만든 놀이터'라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만든다.
 
순천기적의놀이터에는 '건강한 위험'이 있다.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어놀자'라는 놀이터 표어에서 드러나듯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위험, 어른들이 간섭하지 않는 놀이터, 실험과 도전이 있는 놀이터를 만들려는 의지가 보인다. 완벽한 안전 속에 숨겨진 지루함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모험적이고 재미난 놀이터를 만든 것이다. 놀이터를 하나 짓는 데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와 정성과 비용을 들였다. 그 유별남이 놀이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 에너지가 어린이들을 놀이터로 끌어들이는 힘이 됐다.
 
다시 김해 1호 '생태놀이터'로 돌아와 보자. 진정으로 어린이와 시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생태놀이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먼저, 놀이터 이용자인 어린이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생태놀이터 이용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자. 이 자리에서 생태놀이터 조성의 취지와 향후 이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찾아오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내고, 필요하다면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덧붙인다면, 도서관과 놀이터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10년 책읽는 도시 김해'와 놀이터 사업을 연계한다면 새로운 모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발 더 나아가 '생태놀이터'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린이와 시민을 결합시키자.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오는 2017년 2호 '생태놀이터'부터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이터가 아닌 '놀이+터(전)'를 만들기 위한 시의 노력을 기대한다. '놀이터로 아이들을 부르는 것은 멋진 놀이기구가 아니라 놀 친구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놀 시간과 놀 친구일지 모른다. 다행히 김해에는 이런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김해'는 진정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다.
 
'함께'는 늘 더디고 힘들다. '혼자'면 금방 갈 길을 '함께'는 지겹고 짜증나게 간다. 하지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길게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힘들고 더딘 길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김해 '생태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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