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절벽'이라는 신종어가 있다. 대학교에 진학해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 현실을 표현한 단어다. 그러나 굳이 대학교에 먼저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실력으로 먼저 직장을 구한 뒤 나중에 대학교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김해한일여고를 나와 부산은행,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입사한 뒤 나중에 신라대학교, 한양대학교에 진학한 김재희, 정현아 씨가 바로 그들이다. 두 사람의 '선 취업, 후 진학'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졸도 못가는 ‘신의 직장’ 합격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 덕 대입
하루 24시간 쪼개 일·학업 병행


■ 한국철도시설공단 -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정현아 씨(김해한일여고 졸업)
"직장생활과 대학교 공부를 병행하며 지식인의 소양을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박사학위까지 따내고 싶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정현아(21) 씨는 취업특성화고교인 김해한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교에서도 우수 취업생으로 이름난 그는 업무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대학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그는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을 이용해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에 지원해서 당당히 합격해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지금은 하루 24시간을 쪼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지독한 노력파'다.
 

▲ 올해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에 입학한 정현아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정 씨는 "솔직히 중학교 시절엔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김해한일여고 입학 후 처음 친 중간고사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받고서는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됐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정 씨는 내신관리를 열심히 했다. 평소 회계원리 과목을 좋아했던 그는 전산회계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관련적성반과 대회준비반 등 교내 회계수업을 모두 이수했다. 3학년 때에는 경남상업정보경진대회 회계실무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1년에 방영된 'KBS 도전 경제골든벨'에 전국 대표로 선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부가가치세, 원가회계 등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학업에 관심이 많았던 정 씨는 처음에는 취업보다는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퇴직으로 어려워진 가정 형편에 도움을 주고자 취업에 도전했다. "당시 고졸 채용을 강조하던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금융감독원 등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취업원서를 넣으라는 안내문이 학교로 왔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들어가기 힘든 '신의 직장'에서 그런 안내문이 온다는 게 내심 신기했습니다."
 
내신관리를 잘해 왔던 정 씨는 교사의 조언에 따라 공공기관에 입사하기로 했다. 결국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지원해 당당하게 합격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관리를 통해 국민들의 교통 편의를 증진하고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관입니다. 저는 재무부서에서 연 1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기반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김해한일여고에서 배운 전산실무나 회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정 씨는 지난해부터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학생 시절 가슴에 담아뒀던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는 특성화고교 졸업 후 3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을 가진 직장인이 수능시험 없이 입학할 수 있는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을 이용해 중앙대학교 지식경영학부와 한양대 산업융합학부에 지원했다. 결과는 두 학교 모두 합격이었다. 그는 비교적 통학하기 쉽고 업무 관련 지식을 자세히 배울 수 있는 한양대를 선택했다.
 
"탄력근무제를 이용해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합니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학교에 도착하면 오후 6시 50분입니다. 수업을 다 듣고 집에 돌아오면 달력의 날짜가 달라져 있답니다. 일주일에 네 번 통학하는 데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실히 노력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생활이 제 삶의 활력소가 됐으니까요."
 
직장생활 3년째인 정 씨는 누구나 그렇듯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학교는 돈 내고 다니지만 회사는 돈 받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든 싫든 어떻게든 일을 해내야만 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새로 배운다는 것은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정 씨의 좌우명은 '후회 없이 사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못해 볼 경영 공부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경영 외에도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공부가 정말 많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배움의 기쁨을 나날이 만끽하고 있는 정 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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