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남아프리카 등에서 날아온 황새들이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의 숲 속 풀밭에서 먹이를 찾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70년대 개발 바람 탓 9쌍만 겨우 생존
르노 씨 가족 센터 세워 인공증식 시작
스페인 등서 겨울 보낸 뒤 매년 귀향하면
황새 알 인공부화 통해 자연 복귀 지원

 

 


프랑스 알자스 주의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다. 먼저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약 3시간 동안 북동부에 위치한 알자스 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알자스 포도주 길'을 따라 약 30분을 더 가면 오랭 데파르트망에 있는 위나비르에 도착한다.

▲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 입구 전경.

총 주민 수가 600명 안팎에 불과한 이 마을은 알자스의 고급 백포도주 재료가 되는 리슬링 품종을 주로 재배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푸른 포도밭 풍경에 눈이 부셨다. 포도밭은 하얀 구름떼와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버스정류장에서 남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자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가 나타났다.
 
알자스 주에는 원래 황새가 많았다. 그러나 1960~1970년대 중반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개발 바람 탓에 황새는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 그 많던 황새가 다 사라지고 고작 9쌍만 남았다.
 
생태계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우산종인 황새가 줄어드는 데 대해 위기를 느낀 제롬 르노 씨 가족은 1976년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를 세웠다. 르노 씨는 지금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루시와 베르나데트 강고프 부부가 1987년 스위스에서 황새 인공사육법을 배워 왔다. 이들은 인근 스트라스부르 오랑쥬리공원의 도움을 받아 황새 생태공간을 조성하고 황새 인공 증식을 시작했다.

▲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 펭귄 공연장에 황새들이 들어오자 사육사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 입구에 서니 황새의 종류, 먹이, 이동거리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센터에서 만날 황새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갔다. 황새가 부리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사센터 측에서 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는 것이려니 했다. 황새는 다 자라면 소리를 내는 기관이 없어지기 때문에 부리를 부딪쳐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우와, 이럴 수가!"
 
방사센터 안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자마자 관람객들의 입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빨간 부리, 검은 눈의 황새 한 마리가 긴 다리를 뽐내며 눈앞에서 천천히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옮겨 황새 2m 앞까지 다가갔다. 여기서 한 걸음을 더 내딛자 황새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갔다.
 
날아간 황새를 눈으로 뒤쫓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잎이 우거진 초록나무들 사이로 발걸음을 내딛는 황새 무리들이 보였다. 황새 10여 마리가 청둥오리들과 뒤섞여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황새를 관찰하기 위해 커다란 망원경을 준비할 필요조차 없었다. 방문객들은 우아한 몸짓을 뽐내는 황새를 바로 코 앞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 방문객을 환영하는 새끼황새들.
▲ 제롬 르노 센터장이 새끼황새를 살피고 있다.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를 찾은 알랭 로베흐(39·프랑스) 씨는 "알자스 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황새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로 불린다. 알자스 주를 여행하면서 건물 지붕에 둥지를 튼 황새를 종종 목격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수많은 황새를 만나니 경이롭다. 곧 많은 행운이 찾아올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유럽에서 황새는 오래 전부터 부부에게 아이를 물어다 주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황새에게 물린 사람은 임신한다'는 속설이 전해질 정도다.
 
스페인과 남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낸 황새 20~30쌍은 매년 3~4월이 되면 번식을 위해 2000~1만 5000㎞를 날아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로 찾아온다. 황새들은 높은 나무 위 둥지에 알을 낳는다. 그러면,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 관계자들이 알을 가져와 인공부화를 한다. 5월에는 황새 새끼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 무렵이면 황새 인공부화장 앞은 호기심 가득한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방사센터 직원이 직접 황새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나 따뜻한 온열기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황새 새끼의 모습을 유리 너머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황새 기념품을 고르는 방문객.

인공부화장 앞에서는 갓 태어난 황새 새끼들이 단잠에 빠져 있었다. 태어난 지 15일 된 새끼부터 30, 45일 된 새끼들이었다. 이들은 태어난 기간별로 짝을 지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의 마케팅 담당자인 클로이 롤링 씨는 "5월에 태어나는 황새 새끼는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시기까지 사람 손에서 키워진다. 약 2개월 동안 센터의 보호 아래서 자라난 뒤에는 본능적으로 센터를 떠난다. 방사센터는 황새가 떠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난 황새의 다리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 황새가 어디에서 서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를 떠난 황새 중에서는 10% 정도만 매년 봄에 다시 돌아온다. 인공부화를 통해 황새의 개체 수를 늘린 방사센터의 노력으로 알자스 주에 서식하는 황새는 현재 850쌍에 이른다. 황새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방사센터는 인근의 전신주를 뽑는 지중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먹이를 찾아 알자스 주로 온 황새 가운데 80%가 감전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 관광객들이 콜마르 노점에서 황새 기념품을 살피는 모습.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생태계 보호교육을 하지 않는다. 황새를 눈 앞에서 보는 경험만으로도 자연과 친숙해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위나비르황새방사센터 덕분에 황새는 알자스 주의 상징이 됐다. 스트라스부르, 콜마르 등 알자스 주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형·도자기·책 등 황새와 관련된 여러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롤링 씨는 "우산종인 황새를 복원하고 방사하는 것은 사람이 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방사센터의 노력으로 황새는 알자스 주를 대표하는 새가 됐다. 환경을 오염시킨 것도 사람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다시 복원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콜마르(프랑스)=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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