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로·나전로 따라 각종 공장 즐비
안금마을 건너편 10여 개사 가동 한창

분성산 황톳빛 속살 드러내고 산단 공사
대형화물차 통행 늘어 주민 보행 애로

“사람들 싫어하는 시설 모두 시골에”
30년 전 마셨던 계곡물 이젠 입도 못대
떠나고 싶지만 정든 고향 어쩔 수 없어



생림면은 봉림리, 생철리, 나전리 등을 비롯한 8개 리로 이뤄져 있다. 생림면의 원 뜻은 '숲이 울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무색하게 전국적인 명산 무척산과 분성산, 도봉산 등의 산 중과 비탈면에 개별 공장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있다. 생림면의 입주 기업체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총 447곳이다. 근로자 5158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전리에서는 김해시 삼방동 가야골프장에서부터 상동면 여차리로 향하는 경남모직 GMB사업부 일대 삼거리까지 인제로·나전로를 따라 왕복 2차로 도로 양 옆에 들어선 공장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야골프장에서 안금마을 입구까지 인제로를 따라 난 약 2㎞ 구간에는 자동차, 금속, 기계 분야 개별공장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도로변 전봇대들에는 '공장 임대'를 알리는 펼침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안금마을은 개별공장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마을회관조차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행정기관에서는 이 마을에 259가구가 거주한다고 하는데, 개별공장들의 전입신고 때문에 숫자가 부풀려진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실제로는 마을에 50가구가 있다"고 말했다.
 
29일 현재 안금마을회관에서 도로 건너로 보이는 분성산의 경사면에서는 조선기자재, 금속가공 등 10여 종류의 공장들이 부품 생산에 한창이었다. 안금마을 주민들은 개별공장이 마을 앞까지 진주하는 바람에 20년 사이에 대부분 떠나버렸다. 지금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60~80대 어르신들뿐이다. 이들은 개별공장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 수가 늘면서 마을 앞 도로를 건너기가 무섭다고 했다.
 
마을 주민 박 모(78·여) 씨는 "도로에 신호등이나 가로등이 없다. 대형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해가 진 이후에는 도로를 건너기가 무섭다. 시골이 공기가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돼지, 소를 기르는 축사에서부터 각종 개별공장에 이르기까지 시내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설은 모두 시골에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 정 모(82·여) 씨는 "20~30년 전만 해도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을 그냥 마셨다. 하지만 개별공장, 산업단지 등이 입주한 이후로는 아예 입도 못 댄다"고 하소연했다.
 
안금마을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나전2일반산업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옹벽공사가 완료된 나전2일반산단에서는 굴삭기 한 대가 황토빛 속살을 드러낸 분성산의 경사면 지반을 다지고 있었다.
 

▲ 주민들이 살고 있는 나전리 안금마을 맞은 편의 산 중턱에 각종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안금마을에서 인제로와 상동로, 나전로 137번길을 2㎞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상나전마을은 상황이 더 심각해 보였다. 57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의 경우 1995년 나전농공단지가 입주한 뒤 마을 안까지 개별공장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마을에서는 주택들의 앞뒤로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공장들이 눈에 띄었다. 조경, 무역, 금속 등 다양한 업종의 공장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개별공장들이 난립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바뀐 건 공기다. 70~80대 고령의 마을 주민들은 "산 좋고 물 좋은 상나전마을의 모습은 20년 전부터 온 데 간 데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 이 모(73·여) 씨는 "인근 나전공단과 개별공장들 때문에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 워낙 개별공장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보니 주택과 공장이 구분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 모(80·여) 씨는 "인근 마을 주민들은 '상나전마을 주민들은 공장에 땅을 팔았으니 땅 부자가 많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농사를 지었던 일부 농민들에 해당되는 말일 뿐이다.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70세 이상인데,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날 수 없어서 공장 때문에 불편해도 그냥 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