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식 인제대 교수.

낙동강은 김해의 강이다. 낙동강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경상도 상주의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라 소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상주는 고려시대 지방행정조직인 12목의 하나였고, 조선초기에 경상감영이 설치되었던 경상도의 수부였다. 그래서 서울을 뜻하는 낙양(洛陽)으로도 불렸는데, 그 동쪽을 흐른다 하여 낙동강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각은 달랐다. 가락(駕洛)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 낙동강(洛東江)이라 고증하였다. 여기서 가락이 김해의 가락국을 가리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결국 김해가 없었으면 낙동강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김해와 부산의 경계로 선암다리가 걸려 있는 서낙동강은 원래 낙동강 본류였다. 1930년대에 제방을 쌓고 대동수문을 만들어 서낙동강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막으면서 구포 앞을 흐르던 지류가 넓어져 본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김해의 강이었던 본류의 물줄기는 서낙동강이란 이름으로 구별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유래를 아는 이가 적은 때문인지, 김해시민 중에 서낙동강을 우리의 강이라 여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가야시대부터 오랜 역사 속에서 김해의 강으로 인지돼 왔던 물줄기는 부산과의 경계선으로만 여길 뿐, 이 강 언저리가 우리 생활의 중요 공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지난 8월 6일, 불암동과 진영읍 간 주민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선암다리 아래 조정경기장에서 '카누 타기'와 '가야의 배 만들기'란 자그마한 체험행사가 열렸다. 불암동주민자치위원회가 고생하고, 김형수 시의원이 힘을 보탰으며, 민홍철 국회의원도 격려에 나섰다. 불같은 한 여름의 태양이 내리 쬐는 강물 위였지만 처음 카누를 저어 보는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했고 짧은 체험을 아쉬워했다. 캐노피천막 아래서 가야의 배 모형을 만드는 어린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예쁜 배 꾸미기에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다. 참 새롭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150만원 예산의 작은 행사였지만 김해의 발전방향을 생각하게 했던 좋은 기획이었다.
 
도시의 발전에 큰 강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인류문명의 역사가 말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김해시는 해반천의 수량을 확보하고 정화하는데 많은 노력과 예산을 기울였지만, 인구 53만을 넘어 100만을 지향하는 대도시에 해반천의 규모는 너무 작다. 옛날처럼 서낙동강이 김해의 중심을 흐르게 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부산의 강서구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장벽에 부딪히겠지만, 우리 시민들이 서낙동강을 우리의 강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기획과 노력의 전개가 필요하다.
 
우리 시민들을 서낙동강으로 나오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카누 타기'와 '가야의 배 만들기'의 체험활동은 특별한 흥미로 시민들을 강으로 나오게 할 수 있었던 신선한 기획이었다. 김해관광의 새로운 래퍼토리로 개발될 수 있는 소재와 방향 또한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시내 지역 간 교류를 위한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하절기 관광프로그램의 상설기획으로 정착시켜 나가도 좋을 것이고, 유료화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친수체험은 선암다리 위로 지나며 차창 밖으로 내려다보던 낙동강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느끼게 하였다. 무관심했던 낙동강을 내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강물 위에서 놀던 시민들은 '녹차라떼'로 비아냥거려지는 낙동강의 수질과 4대강사업 후에 방치돼 녹슬고 있는 굴착선을 보면서 수질과 환경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울러 23년 전에 낙동강을 건너 김해인이 되었던 필자는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허왕후신행길을 기념하는 수상축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주간에는 고려시대까지 진행되던 배젓기경주대회를 재현해 김해의 동대항전과 김해와 부산이 서로 겨루는 드래곤보트 랠리가 펼쳐지고, 야간에는 허왕후의 신혼행렬이 선상의 등불퍼레이드로 재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생각이 너무도 절실했다. 부산의 강서구를 김해시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외교·행정력의 총동원과 시민운동이 중요하겠지만, 우선 우리 시민들이 서낙동강에서 축제를 벌이며 놀게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이탈리아·프랑스·독일이 같이 가진 알프스를 '스위스의 알프스'로 만든 것은 그들이 먼저 손으로 바위를 뚫어 등반철도를 개설했기 때문이었다. 서낙동강이 김해시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김해의 강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김해야 강변 살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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