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에 빨래가 걸려 있는 학산마을의 한 가정집 뒤편 산중턱에 대형 공장이 들어서 있다.

 

학산마을, 민가보다 공장 배 이상 많아
회관 뒷산에 대형업체 떡하니 자리잡아
농사 짓던 주민들, 식당으로 생계 유지

75가구 산성마을 인근엔 농공단지 입주
공장에 둘러싸인 마현마을 기계 소리만
“여기서 어떻게 건강한 농작물 나올까”



생림면 나전리에서 나전로를 따라 밀양 삼랑진 방면으로 6㎞ 정도 가면 봉림리가 나온다. 봉림리는 뒷산에 봉황이 숲으로 내려오는 모양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러나 지금 봉림리 인근 무척산에는 봉황 대신 개별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나전로에서 사촌교를 지나 58번 지방도로에 들어서자 왕복 4차선 도로 양쪽 무척산 비탈면에 조성된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공장들이 눈에 띈다. 봉림리 입구에 있는 학산마을이다. 생림면주민센터에 따르면 학산마을에는 109가구가 산다. 개별공장의 전입 신고 때문에 가구 수가 이만큼 늘어났다고 한다.
 
마을회관 바로 뒤 2800㎡(850평) 규모의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학산마을에는 주민들이 사는 주택보다 공장이 배 이상 많다. 금속, 화학, 기계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 몰려 있다. '뒷산에 학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 무색해 보인다. 학산마을 뒷산은 봉림석산개발산업 때문에 회색빛 암석이 드러나 있다.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마을 앞 58번 지방도로에는 암석을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수시로 오간다.
 

학산마을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65·여) 씨는 "학산마을에서는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우리도 농사를 지었는데 이제는 공장직원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아 먹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이 점점 늘어나면서 마을의 모습도 황폐해졌다. 마을을 떠나지 못한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면 학산마을 같은 자연마을은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학산마을에서 봉림로, 장재로를 따라 생림면사무소 방면으로 1㎞ 정도 가다 보면 산성마을이 나온다. 2013~2014년 봉림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때문에 홍역을 앓은 곳이다. (<김해뉴스> 2013년 5월 8일 4면 등 보도)
 

▲ 산성마을 인근 무척산 중턱에 공장이 들어서 가동 중이다. 학산마을에 세워진 공장들. 봉림리 곳곳에 자리잡은 기업들(사진 왼쪽부터).

75가구가 살고 있는 산성마을의 경우 1997년 마을 인근에 9300㎡ 규모의 봉림농공단지가 입주한 이후 개별공장이 마을 안까지 들어왔다. 봉림농공단지에서는 자동차부품업체 4개사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산성마을 주민 김 모(70) 씨는 "봉림농공단지에서 나는 화학약품 냄새가 마을로 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공장이 들어섰으니 불편을 감수하고 살 수밖에 없다. 봉림산단이라도 막았으니 망정이지 산단까지 들어섰다면 산성마을에서는 아무도 살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곳곳에는 축사도 들어와 있다. 축사는 설립한 지 8년이 지나면 토지를 용도변경 할 수 있다고 한다. 축사 자리에 개별공장이 들어와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산성마을 인근 무척산 중턱에는 공장 하나가 떡 하니 들어서 있다. 봉림산단을 추진하던 회사의 공장이다. 그 아래에도 지난해 개별공장이 세워졌다. 마을 주민 이 모(60) 씨는 "사업주가 땅을 사서 공장을 지을 경우 주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법적, 행정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 공장 때문에 환경오염 등 피해가 많이 발생하지만 피해보상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봉림농공단지를 벗어나 봉림삼거리에서 300m 정도 가면 마현마을이 나온다. 식품, 자동차, 금속 공장에 둘러싸여 마을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는 52가구의 주민들이 산다. 마현마을은 인근 공장에서 가동되는 기계소리만 요란하다.
 
마현마을 주민 박 모(76·여) 씨는 "공장의 기계소리가 하루도 쉬지 않고 들린다. 30년 전만 해도 아름다웠던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제 시골에서 재배한 농작물이 몸에 더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사방이 공장인데 건강한 농작물이 나오겠나. 콩이나 단감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10년 전부터 농사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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