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의 한 상공계 인사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산천을 훼손해서 돈을 번 사람은 사회에 번 돈의 80%를 내놓아야 한다. 안 그러면서 재력가 소리를 듣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산인 자연을 망가뜨려서 돈을 번 것도 그러려니와, 그 과정에서 숱한 동식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본인과 대대손손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일이란 70%만 하는 게 좋다, 무리하면 동티(땅 같은 걸 잘못 건드려 지신(地神)을 화나게 해 재앙을 받는 일)가 나게 돼 있다, 고 말했습니다. 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태광실업과 김해시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석산개발을 빌미로 산림을 훼손한 땅에 느닷없이 아파트를 짓거나 허가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 얘기입니다.
 
태광실업은 당초 이 부지를 주거지로 용도변경하려다 '1000억 원대의 특혜'란 지적을 받자, 서민용 임대아파트 3300여 세대를 짓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경남도가 원상복구를 지시했는데도 태광실업과 김해시는 외면했습니다. 김해시는 아예 태광실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는 듯했습니다. 시의 도시관리국장이란 사람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임대아파트를 지을 경우 태광실업이 적자를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태광실업이 100% 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공증까지 마쳤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국장의 말대로라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온갖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적자를 보려한다는 것인데, 해괴망측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해당 부지에 대한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해시는 무시하려는 듯 보입니다. 김해시는 인허가를 위한 도시계획위원회와 관련해서도 민망한 언행을 일삼았습니다.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이 비상식적이란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안건 처리에 안달복달 하더니, 위원회가 내건 9개 조건의 공개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태광실업의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김해뉴스> 지난 21일자 1면 등 보도) 태광실업은 김해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였습니다.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김해뉴스> 기자는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직후 태광실업 관계자들이 위원들과 다정하게 악수를 하더라고 전해왔습니다.
 
일부에서는 훼손된 땅인데 아파트를 지으면 어떠냐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해 관계자이거나 사업상의 이익을 염두에 둔 발언들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환경전문가들의 견해는 단호합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도 특혜지만, 석산개발은 녹지 복원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석산개발 이후의 황량함을 핑계 삼아 아파트를 짓는다면 참으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삼계석산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생태 축이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 문제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언론의 특혜 지적, 학교 신설 등의 문제에 대한 김해교육지원청의 난색, 시도의원들의 반발, 환경단체의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 제기, 김해시 건축과의 아파트 입지 부적합 의견 제시, 도시계획위원들의 심의 연기 및 이례적 현장 방문 등등을 감안했을 때, 이 사업은 70%는커녕 100%의 범위마저도 벗어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태광실업의 주요 관계자는 <김해뉴스>의 편집국장을 만나 두꺼운 돈 봉투를 전달하려다 미수에 그친 적도 있었습니다. 항간에서는 박연차 회장이 이런 저런 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같은 무리수에는 반드시 피치 못할 연유가 있을 것인 바,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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