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김해의 건축'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인제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고인석 교수가 매달 한 차례씩 김해를 대표할 만한 건축물들로 안내합니다.
 

▲ 건축물은 시대의 상황과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현대적 건축물로 가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미적 감동 목표로 설계된 건물만 ‘건축’ 단어
기능·구조·아름다움 상호보완 속 조화 이뤄야
처칠 “인간은 건물 만들고 건물은 인간 형성”

도시 이미지 좌우, 지역사회 자산가치 충분
작가 의지로 시대 의식 반영하는 종합예술
형태 따라 나라별 기술, 산업구조 파악 가능


<김해뉴스>로부터 '김해의 건축'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독자들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김해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독자들이 지면에서 읽은 건축작품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걸어 다니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프랑크푸르트 시청사 앞의 독일식 건물들.

'김해의 건축'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건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건축에 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또는 건축가에 따라 다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건축이란 '인간의 여러 가지 생활을 담기 위한 기술·구조 및 기능을 수단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공간예술이다. 건축은 용도라는 목적성에 적합하여야 하며, 적절한 재료를 가장 합리적인 형식을 취하여 안전하게 이룩되어야 한다. 이로써 건축의 본질은 쾌적하고도 안전한 생활의 영위를 위한 기술적인 전개와 함께, 공간 자체가 예술적인 감흥을 가진 창조성의 의미를 가진다.'
 

▲ 중국 쑤저우 운하에 세워진 전통가옥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에는 '건축(Architecture)'과 '건물(Building)'이 있다. 영국의 예술사학자인 N. 펩스너는 "차고는 건물이고, 대성당은 건축이다. 사람이 들어가는 데 충분한 넓이를 갖춘 것은 모두 건물이지만, 건축이라는 말은 미적 감동을 목표로 설계된 건물에만 사용된다"라고 구분했다.
 
건축을 이루는 요소들은 많으나 대체로 '기능(Function)', '구조(Structure)', '아름다움(Beauty)'의 3가지를 대표적인 요소로 꼽는다. 기능은 사람들이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을 말한다. 구조는 튼튼하여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과 그 구조를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또 예술적 감흥을 목표로 공간과 형태를 조형하는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 카타르 도하에 있는 사막식 건물.

좋은 건축물이란 이 3가지 요소가 상호보완되면서 조화와 통합을 이룬 건축물을 말한다. 그러므로 성능이 좋은 공간, 구조기술의 솔직한 표현, 재료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운 성질, 그리고 이들의 조화와 통합으로 표현되는 공간과 형태의 아름다움이 좋은 건축물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건축은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를 가지며, 과연 중요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우리가 항상 생활하는 공간과 장소이므로 건물은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채광이 안 되는 건물이나 습기가 많은 지하실에서 오래 생활한다면 신체적으로 병이 생길 수 있다. 거꾸로 아름다운 건축물은 우리에게 심미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건축이 인간에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인간을 형성한다(We shape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멕시코풍 건축물.

둘째, 건축은 공공예술의 성격을 가진 사회·문화적인 요소이다. 도시의 많은 부분이 건축물들로 채워져 있어서 이것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크게 좌우한다. 건물 하나하나가 모여서 도시를 형성한다. 건물은 그 내부를 사용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 것이므로 비록 건물이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물이라 하더라도 '지역사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물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워야 하겠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필요한 것이다. 건물의 수명은 수십~수백 년 동안 지속된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문화재가 돼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렇게 해서 유명 관광자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중요한 사회문화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축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예술이란 작가가 작품을 통하여 보편적인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축도 건축가가 작가 의지를 가지고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있으므로 예술의 한 범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 음악 등 순수예술과는 다르게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건축은 우리가 안에서 생활하기 위한 구조물로서 지어져야 하므로 그 시대의 과학과 기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기술이 건축에 반영된 사례를 우리가 오늘날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리를 통하여 살펴보자. 초기 철기시대까지만 해도 유리는 생산하기 어려워 귀금속으로 취급되었다. 우리나라의 한옥에서도 창문에는 유리 대신에 한지를 사용하였다. 서양에서도 중세시대에는 유리가 귀하여 아주 중요한 건물인 성당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그것도 대형 판유리를 생산하기 어려워 작은 유리들를 납으로 조각조각 붙여서 사용한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이다. 그러던 것이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에 넓은 판유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건축재료로 널리 사용 가능하게 되었다. 서양의 건축과 우리의 전통건축 형태가 다르고, 우리의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모양이 다른 이유도 그 시대의 기술과 산업구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해뉴스


 

 


▶고인석 교수
1961년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1986~2000년 이길우 건축사사무소, 종합건축사 사무소 근무. 2000년~인제대 건축학과 교수. 주요 작품 - 인제대 의생명공학동, 한양프라자 일산점, 전주쌍방울쇼핑센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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