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유일의 스리랑카 밴드인 '네비게이션' 단원들.

스리랑카 밴드 ‘네비게이션’
한달 전 결성 매주 합동 연습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외국인 밴드가 되고 싶어요. 한국 노래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노래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고국에 돌아갔을 때 크게 성공한 음악인으로 환영받을 그 날을 꿈꿉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밴드를 결성했다. 이름은 '네비게이션'이다. 이주노동자 밴드의 선구자가 돼 뒤를 따라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안내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다.
 
네비게이션은 김해제일교회에서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문화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결성됐다. 단원은 11명이다. 팀의 리더는 수매드 프리야사르투(35·키보드) 씨가 맡았다. 단원은 부티카 사미라(28·리듬기타), 차미라 마두산카(29·보컬), 수란가 산다켈룸(26·베이스기타), 라투야카 지가나 아락크치기(27·옥타패드), 나라샨 사미라(31), E. G. 인디카(34), 베아샨달 곤잘레스(33), 니샨 페레라(34·이상 보컬), 프라바트 구마라(39·리드기타), 삼파트 구마라(31·드럼) 씨다.
 
단원들은 원래 스리랑카에서도 음악활동을 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음악가의 꿈을 키워 왔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와서 취업을 하게 됐지만, 단원들은 음악에 대한 꿈을 잊지 못했다. 그러다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산다켈룸 씨가 지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단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3개월 전에 모두 모집했다. 악기는 조금씩 돈을 모아 구입했다. 연습 장소를 구할 수 없었던 단원들은 문화와사람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덕분에 지금 휴업 중인 스리랑카 식당의 공간을 빌려 연습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고, 매주 일요일 낮 12시에 모두 모여 오후 4시까지 호흡을 맞춘다. 산다켈룸 씨는 경남 고성에서 일하기 때문에 매주 일요일 버스를 타고 먼길을 달려온다. 일부 단원들은 대구에서 내려온다.
 
산다켈룸 씨는 "지난 2일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열린 '마음대로 프리하게' 축제에서 처음 공연을 했다. 3시간 동안 20곡을 연주했다. 힘들다는 것도 잊고 공연을 즐겼다"며 웃었다. 그는 "제대로 된 연습 장소가 없어 힘들다. 더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야사르투 씨는 "친구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연습을 할 수 있어 좋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할 때면 즐겁다. 공연을 하고 나면 일상에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행복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고 말했다. 네비게이션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 축하공연에도 참여한다.
 
네비게이션 단원들은 앞으로 고향에 돌아가서 인기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사미라 씨는 "우리가 고향에 돌아가도 네비게이션은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닦아 놓은 길을 다음 사람들이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네비게이션 결성을 도운 김해제일교회 외국인선교부의 한미 씨는 "이주노동자들이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든 밴드다. 시민들이 네비게이션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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