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다가왔다. 설을 두고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들 하지만, 지금은 연령대에 따라 설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연령대에 따라 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해 본다.


 

▲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시민들이 동상동 전통시장에서 명절맞이 장을 보고 있다.

 
 

퇴색된 명절 안타까워, 아이들이 조상 잘 섬겼으면…

60대 이상은 설날을 여전히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로 여기고 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자녀, 손주 들과 함께 하는 가족 명절로 생각한다. 젊은층에서는 제수 음식을 사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노년층은 정성을 담아 제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손영순(64·회현동) 씨는 "내가 자랄 때는 음력 설날이 진짜 새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설날이 진짜배기 새해라고 생각한다. 양력 1월 1일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만,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만두 등을 직접 만들고 떡국도 먹는다.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 온 가족이 모여 정식으로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도 주고 받는다. 이번 설에도 역시 손주들을 위해 은행에 가서 깔깔한 새돈을 준비해 봉투에 넣어둘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경애(61·대성동) 씨는 "설날은 온 가족이 만나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인 것 같다. 지지난해, 지난해에 아들 둘을 각각 장가 보냈다. 며느리와 손주들이 생겼는데 명절에 다함께 모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쁘다. 설 전에 미리 성묘도 가고 설 전날에는 정성을 다해 제수 음식도 만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정일성(76·어방동) 씨는 "나이가 들다보니 옛 명절의 의미는 사라진 것 같다. 그저 자식들과 손주들이 모이는 게 반갑다. 그러나 차례를 지낼 때 꼭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존함을 이야기하고 그 분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조상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가족, 형제, 핏줄끼리 다툼 없이 봉사하고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그게 사람 사는 냄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정 씨는 "예전에는 설이면 못 먹던 전도 먹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손꼽아 기다렸었다. 지금은 먹는 것이 풍족한 시대라 그런 건 없다. 그러나 가족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는 소중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할멈과 나는 제수 음식은 우리의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직접 만들지만 달라진 것은 과거와 달리 남자인 나도 장을 보러 가고 음식 만들 때 조금씩 돕는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류갑선(72·부원동) 씨는 "명절의 의미가 시절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아들도 해외여행을 가자고 한다. 여행을 가는 데 반대하진 않지만 차례나 성묘나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교 사상, 조상에게 예를 다하는 풍습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다음 세대에는 그런 것도 많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무기력해져 설날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규훈(86·구산동) 씨는 "우리 나이대가 되면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설날이나 추석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나이가 들고 몸이 성치 않으니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예전과 달리 살아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온 가족이 모여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게 설

50대의 설날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낸다. 남성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하고 여성들은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조원기(58·삼계동) 씨는 "김해 큰집에 아들, 며느리 손주들을 포함해 총 20~30명이 모인다. 설 전날 다 같이 모여 제수음식을 만든다. 설날 오전에 차례를 모시고 나서 오후에 양산 원동에 있는 선산에 가 인사를 드리고 온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무신만 신던 어린 시절에는 설날이면 운동화도 사 신고, 옷도 한 벌 맞춰 입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은 우리가 어릴 때 느꼈던 그 설렘과 민속적인 느낌은 없다. 그래도 온 가족이 모여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게 설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두일(57·한림면) 씨는 "딸기 농사를 짓기 때문에 휴일이 없다. 여유가 있으면 남들처럼 여행도 다닐 텐데…. 설 당일에만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갔다가 바로 하우스를 관리한다. 여유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영호(52·무계동) 씨는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다. 남자들은 그저 밤이나 깎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전을 부치고 튀김을 만든다. 저희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친척들이 오면 손님을 맞는다. 설날에는 어린 손주에게 세뱃돈을 준다. 건강하고 공부 잘 해라,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고 덕담을 한다"고 말했다.

▲ 설을 맞아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어린이 한복코너.

안미자(58·삼방동) 씨는 "설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해야 한다. 떡집에서 가래떡, 쑥떡, 콩떡을 주문하고 각종 나물과 생선을 사서 손질해 놓는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양손이 모자랄 정도다"며 "설 전날이 되면 친척들이 다 모인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저녁에 여유롭게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다. 설날엔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눈다. 떡과 과일, 식혜, 한과도 다 나눠줘야 명절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김정란(52·무계동) 씨는 "차례를 지내러 고성에 간다. 1년에 2~3번 갈까 말까한 고향이라 먹을거리와 조카들에게 나눠줄 용돈을 꼭 챙겨간다. 음식을 만들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저녁에는 술 한잔 하면서 그간의 회포를 푼다. 설날에는 차례를 지내고 점심을 먹은 후 산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설 연휴 마지막날에는 집에서 TV나 영화를 보며 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男 장시간 운전, 女 음식 장만 ‘모두 명절증후군 앓아요’

김해시 관광과 박진수 주무관(44)은 "원래 남해가 고향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어머니가 있는 진주엘 먼저 들른다. 설 다음날에는 처가로 향한다. 언론을 보면 명절에 여행을 가는 가족도 많다고 하지만,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여행을 가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들은 음식 준비 때문에 이른바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장시간 운전, 심부름 등으로 인해 명절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연휴가 늘었지만 3일이 짧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동부지부 원형근 사업운영팀장(46)은 "40대에게 설은 일과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편하게 보내기 쉽지 않은 시간인 것 같다. 서울 사는 동생 가족은 이번 설에 일 때문에 못 내려온다. 아버지가 계신 본가는 아파트 바로 옆 단지라 명절에 멀리 가지 않는 편이다. 처가는 거제인데 명절만은 처가에 먼저 가서 어른들을 뵙는다. 평소 집사람이 아버지 댁에 자주 가서 반찬도 챙겨드리고, 뵐 기회가 많아 명절에는 처가에 먼저 가게 된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처가에 먼저 가는 게 몸에 배어 있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들이 나중에 결혼해 처가에 먼저 간다고 하면 섭섭한 마음이 들 것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친가, 외가 모두 종교가 기독교여서 간단히 예배를 보고, 묵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분하게 보내는 편이다. 더구나 40대 후반은 아이들이 입시를 눈 앞에 둔 고등학생인 경우가 많아 명절 때 여행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40대의 명절이 제일 단조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 김영민 취업지원팀장(46)은 "설에는 어머니가 계신 전남 순천에 간다.  과거에는 차가 막혀 5시간 정도 걸렸지만 요즘은 3시간이면 간다. 도로도 좋아졌지만, 역귀성도 많아지고, 과거처럼 명절이라고 해서 모두 고향에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반면 추석에는 친척 분들이 많은 경북 안동에 가서 성묘하고 차례를 지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어렸을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에는 고향에 가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친척 어른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하고,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속 상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음식 준비 못 거드는 대신 선물 잘 챙길 것

맞벌이를 하고 있는 송경진(36·내동) 씨는 설 전날 늦게라야 마산에 있는 시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퇴근이 늦어 음식 준비는 돕지 못하게 됐다. 미안해서 선물을 신경 써서 챙길 생각이다. 설날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한 후 김해에 있는 친정으로 올 예정이다. 
 
두 아이를 둔 황인선(35·구산동) 씨는 설날 아침에 부산에 있는 형님네로 가 차례를 지낸다. 여느 때처럼 음식은 모두 시어머니가 준비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 후 시댁으로 이동했다가 오후 세 시쯤 친정으로 갈 것이다. 황 씨는 자신이 명절을 편하게 보내는 며느리라고 생각한다.
 
2년 전 결혼 한 강영주(34·구산동) 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 본가에 가기로 했다. 차례음식 준비는 거의 다 어머니가 하시지만 아내도 잔심부름을 하고 설거지를 하며 도울 것이다.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강 씨의 외가에 들러 외할머니께 인사도 드려야 한다. 고생한 아내가 처가에 가는 시간이 늦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기독교인인 임채연(37·삼계동) 씨는 설 연휴에 주로 국내 또는 국외로 여행을 다녀왔다. 명절날 아침 일찍 동상동에 있는 본가에서 예배를 드리고 아침을 먹은 후 출발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내가 새로 일을 시작해 변화가 생겼다. 예배 후 집으로 돌아와 쉬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처가에는 형님네가 오는 저녁시간에 맞춰 들르기로 했다. 
 
관세사로 일하는 송현정(34·장유동) 씨는 아직 미혼이다. 이번 설에는 지난해에 쓰지 않은 연차까지 붙여 일주일을 쉬게 됐다. 설날 당일은 집에서 보내고 이후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기로 약속했다. 집안 식구 모두가 기독교인이므로 크게 음식을 할 일은 없다. 설 연휴라 차가 막힐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지만, 딱히 서두를 이유도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다녀 올 생각이다.

 
 

결혼 취직 질문 부담 가급적 혼자 휴식 취하려 해

예전에는 설날이라고 하면 친척들이 모두 큰집에 모이는 장면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20대의 설은 조금 다르다.
 
동아대 임채린(23·부산 북구) 씨는 1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설은 그에게 특별하다. 생일이기 때문이다. 임 씨는 "조카들이 많다. 친척집에 가면 유아교육과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조카들을 떠맡았다. 올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친척들이 모르기 때문에 가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나에게 휴식을 선물로 주려 한다. 생일이어서 친구들과 점심도 먹고 오랜만에 수다도 떨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윤철(21·부산 연제구) 씨는 지난해 3월 입대했다. 곧 상병을 단다는 그는 올해는 군대에서 설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설 당일에는 근무를 서고 오후에 부대에서 탁구를 치거나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29세인 김현정(부산 남구) 씨는 이번 설에 취미 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그는 "우리집이 큰집이어서 일을 좀 돕고 나서는 농구 경기를 보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29세여서 친척들이 명절 때면 결혼 안 하느냐고 해 도피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동아대 박병규(25·부산 영도구) 씨는 지난해에 전역했다. 그는 "무작정 앞만 보고 걸으면서 청춘을 흘려 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반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3개월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추석 때에는 해외에 있어 친척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번 설에는 가족과 함께 있을 예정"이라면서 "군에 있을 때, 해외에 있을 때 가장 생각났던 게 설 음식이었다. 이번에는 집에 있으면서 원없이 먹어 볼 생각"이라며 벌써 입맛을 다셨다.
 
전영훈(24·경기도 부천) 씨는 설에 가족들과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교회에 다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그는 "설에 친척들을 만나기 전에 진로 등의 질문에 대해 답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또 콘도를 빌려서 가족들과 스키장에 가 쉬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떡국 먹고 세뱃돈 받는 게 좋아 “많이 받았으면!”

10대들에게 설의 의미는 친척, 인사, 세배 같은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도 아르바이트 등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명절 연휴에 경제활동을 하는 청소년들도 꽤 많아 보인다.
 
김세민(17·주촌면) 군은 "지금까지는 설날에 친할머니 댁을 방문해 친척들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사촌형들과 즐겁게 놀았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는 아침, 점심을 먹었다. 어릴 때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한 뒤 세뱃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세뱃돈을 많이 받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다리를 다쳐서 이번 설날은 병원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서정(19·부원동) 군은 "이번 설에는 기존에 하던 알바를 할 계획이다. 설날은 온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님이 일이 있고, 나도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명절에도 할머니 댁에 자주 못 갔다. 그래서인지 이번 설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설날은 그냥 어른들께 인사하고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고 쉬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이예온(17·외동) 양은 "우리 집은 다른 친척 분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설, 추석 같은 명절이 아니면 친척들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나에게 설 명절은 친척들을 만나서 인사드리는 날이고, 친척들을 만나러 못 가는 경우는 가족들과 함께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여행을 가는 날이다"라면서 "설날이라는 명절이 있기 때문에 가족들, 친척들과 일년에 꼭 한 번은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설 같은 경우 새해의 첫 시작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뜻깊다. 떡국 먹고 세뱃돈 받는 것도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박현태(15·삼방동) 군은 "집안이 기독교를 믿는다. 그래서 설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예배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잘 만나지 못 하는 대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지난해 설날에는 전남 신안에 있는 친할머니 댁에 가서 친척들과 낚시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설에는 서울에 있는 외할머니 댁을 방문할 계획이다. 외할머니 댁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서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고 전했다.



 

▲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상동의 한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고향 친구들 만나러 안산 등 수도권으로 가요~

김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설날은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던 외국인들은 설이 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김해를 떠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경기도 안산시, 수원시, 서울 등 수도권이다. 이 때문에 명절 동안 김해여객터미널, 진영역 등에서는 내국인보다 더 들뜬 표정의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영역 조보현 역장은 "명절이 되면 역사 안은 외국인들로 붐빈다. 역 이용객의 비율을 보면 내국인이 20~30%, 외국인이 70~80%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명절이라 표는 매진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입석표를 끊어 열차를 탄다. 목적지는 경기도 안산시, 평택시, 서울, 경북 경산시 등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이 집중돼 있거나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여객터미널 송기봉 관리부장은 "명절 때마다 인천이나 오산·수원·안산 행 버스를 타는 외국인들이 많다. 수도권 버스 승객의 30% 정도는 외국인이다. 매진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지난 명절에는 김해여객터미널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간 외국인 수가 500~600명 정도 됐다. 김해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보면 '안산이나 부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대답한다. 조선족이나 중국인의 경우에는 비행기나 배를 타기 위해 인천으로 가는 버스를 많이 탄다"고 전했다.
 
필리핀 출신 케넌 시발로스(28·여·진례면) 씨는 "평소에는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한국에서의 명절은 고향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휴식 시간이다. 휴일이 긴 명절에는 김해를 벗어나 서울 등 다양한 도시를 여행한다.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 친구를 사귀며 논다"고 말했다. 느규엔 투안안(28·베트남) 씨는 "설에는 고향에 가는 대신 친구들과 광주로 여행을 간다. 광주에 가서 고향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관광지를 구경한다. 이번에는 친구들끼리 베트남 전통 설 음식을 해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에 남아 고향 친구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외국인들도 물론 있다. 아지즈 무히디노브(26·우즈벡) 씨는 "올해 설에는 김해에 남아 김해 곳곳을 둘러볼 참이다. 동상동재래시장에 가서 장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헴 사피아스(33·캄보디아) 씨는 "지난해 추석에는 친구들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갔다. 올해는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집에 모여 캄보디아 음식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해뉴스 /취재보도팀 report@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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