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삼계나전지구 불법매립 의혹지에 대한 첫 시추조사가 진행됐다. 관계자들이 시추에서 나온 슬러지 의심물질의 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환경연, 21일 현장작업 착수
15m 판 결과 폐콘크리트 등 나와
동의과학대에 오염분석 의뢰키로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을 받고 있는 삼계나전지구에서 첫 시추조사를 실시한 결과 슬러지 의심물질이 발견됐다. 앞으로 추가로 시추조사를 할 예정이어서 어떤 폐기물이 더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해시, 태광실업, 경부공영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21일 삼계나전지구에서 첫 시추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석산개발 절개면 인근 공구를 15m 가량 시추하는 과정에서 자갈, 흙, 폐콘크리트와 함께 슬러지 의심물질이 발견됐다. 육안으로 오염여부는 판단할 수 없어 시, 김해양산환경연 등은 동의과학대 동의분석센터 이정만 교수 등에게 토양오염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육안으로는 적법한 처리과정을 거친 슬러지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토양오염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는 "첫 시추에서 슬러지 의심물질이 발견된 만큼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첫 시추조사는 시, 태광실업과 김해양산환경연이 20일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토양오염분석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진행됐다.
 
시는 원래 20일 현장 시추작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토양오염분석을 병행하는 문제를 놓고 김해양산환경연과 이견을 보여 갈등을 빚다 결국 단독으로 시추작업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시는 육안확인을 거친 뒤 문제가 있어 보이면 분석을 하자는 입장이었고, 김해양산환경연은 육안조사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분석을 처음부터 실시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김해뉴스> 8일자 7면 등 보도).


 
 
그러나 시추조사 현장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시추현장에는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들, 김해시의회 이영철(무소속) 의원이 나갔고, 그동안 보도에 소극적이던 상당수 언론사 기자들도 찾아가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시추작업은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들과 이영철 의원이 몸으로 저지하고 나서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태광실업 관계자들과 이 의원 등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김해양산환경연 박재현(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 공동대표가 나서 시와 태광실업을 설득했다. 그는 "현재 불법 매립의혹이 불거진 곳이 초등학교 예정지라는 점에서 반드시 오염 여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천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비용 수천만 원을 이유로 내세워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상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시가 (시민보다) 이해관계자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태광실업 측이 "시가 수용하는 방법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협의는 급진전됐다. 결국 3시간 동안 줄다리기 끝에 김해양산환경연과 시, 태광실업은 토양오염분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시와 김해양산환경연 어느 쪽이라도 '오염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낼 경우 토양분석을 하기로 했다.
 
시추공(구멍) 수는 이미 양측이 합의한 대로 12공으로 정했다. 시추공마다 암반선까지 뚫어 깊이에 따라 5개 시료를 채취하기로 했다. 시,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현장 시추상황을 지켜보면서 육안검사, 시료봉인, 오염의심 시료 지정 등을 하기로 했다. 토양오염분석은 공공기관인 경남·부산보건환경연구원과 김해양산환경연이 추천하는 공인기관에 맡겨 교차분석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시추조사의 최종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4일의 시추기간과 채취된 시료를 전문평가기관이 분석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현장을 찾은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시추조사 결과가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 본안이 들어오면 (환경오염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해양산환경연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2009~2010년 채석사업이 진행 중이던 삼계나전지구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폐기물 매립이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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