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 아니라 한반도 문제
세계 곳곳 테러·분쟁 숨은 이유


#변화 사례 1=사과하면 예전엔 대구였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대구가 주산지이던 사과는 경북 영주를 거쳐 강원도 철원까지 북상했다. 대구, 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은 최근 10년 새 많이 감소했지만, 강원도는 3~4배 증가했다. 이쯤 되면 30년쯤 후엔 아예 우리 땅에서 키운 사과를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변화 사례 2=수 년 전만 해도 흔했던 게 명태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태찌개나 명태찜 식당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명태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꽁꽁 언 동태로 요리하다 보니 예전처럼 신선한 생태 맛이 안 난다. 

두 사례는 급격한 기온 상승,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하나는 땅, 하나는 바다라는 것만 다를 뿐.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국제비정부기구(NGO)의 활동가 오기출 씨가 들려주는 기후 위기의 현실과 해법이다.

오 씨는 "기후 위기는 특정한 지역이나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도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일상을 바꿔놓고 있는 미세먼지만 해도 그렇다. 미세먼지는 몽골에서 시작한 모래먼지 폭풍이 주된 원인이다. 몽골발 황사가 중국의 주요 공업단지를 거치면서 발암물질과 방사능 물질까지 싣고 우리나라로 온다.

책 제목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는 몽골의 오래된 속담을 차용했다. 오 씨는 십수 년 전 기후 문제가 인류의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 세계에서 기온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인 몽골을 찾아갔다.

기후변화 때문에 가뭄이 심해지면서 초원은 사막으로 변해 있었다. 유목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저자는 사막화된 몽골의 모래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는 먼 훗날의 일, 남의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반엔 심어놓은 나무가 몽땅 죽어버리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한 끝에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나무가 자라 숲이 조성되자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자연히 마을공동체도 회복됐다.

오 씨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테러, 빈곤, 인권 문제의 배후에도 기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3년 아프리카 수단 내전의 원인은 종교 분쟁이나 인종 문제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사막화와 물 부족, 초지와 경작지 감소가 원인이었다.

저자는 '일생 동안 열 그루 나무 심기'를 제안한다. 함께 가면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실천만 남았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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