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드웜'의 최장욱(오른쪽) 대표와 부인 채가혜 점장이 통딸기 케이크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군대에서 제빵 담당한 덕에 기술 향상
1년 전 가게 문 열고 고객 맞이 시작

100% 유기농 우리밀 건강 재료 사용
이스트 사용 줄이고 천연발효종 투입

특허출원 통밤식빵·통딸기케이크 인기
손님 들어오면 바로 잘라 시식용 제공
“1% 지키면 맛 변한다” 원칙 꾸준히



"브레드웜의 제품은 맛과 질을 모두 잡은 건강한 먹거리입니다."
 
진영신도시에 있는 빵집 '브레드웜' 최장욱(35) 대표의 얼굴에 생산자의 고집과 판매자의 당당함이 묻어났다. 문을 연 지 겨우 1년밖에 안 됐고 인근에 빵집이 많지만 '진영 빵집' 하면 대부분 '브레드웜'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진영의 한 상가 건물 1층에 '브레드웜' 간판을 걸었다. 69.4㎡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지만 빵을 굽는 직원은 7명이나 된다. 프랜차이즈도 아닌 개인 빵집에 이렇게 직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빵 생산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가루를 만진 지 17년이 됐다는 최 대표의 원래 꿈은 제빵사가 아닌 바텐더였다. 그는 "고등학생 때 미성년자여서 바텐더의 꿈은 잠시 뒤로 미루고 생각 없이 제빵학원에 다녔다. 이어 제과점에서 일을 했다. 하루에 2시간 밖에 못 잤지만 학교에 가기 싫어서 버텨냈다"며 껄껄 웃었다.
 
군 입대 후에는 빵을 만들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사단장이 최 대표의 제과점 근무 이력을 알고서는 부대 안에 빵집을 차려준 것이었다. 그는 부대에 있는 '필승제과'에서 매일 평균 2000여 개의 빵을 만들었다. 휴일도 없이 군 간부 가족들이 먹을 케이크와 병사 면회용 빵, 간식빵 등을 쉴 새 없이 구워냈다. 
 
최 대표는 "오전 6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빵을 포장했다. 남들은 저보고 군 생활이 편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힘들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이 길을 갈 수 있도록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제대한 뒤 창원과 부산, 서울에서 일을 하다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빵집을 차렸다. 손님에게 언제나 따뜻한 빵을 대접하고 싶어 가게 이름을 '브레드 웜(Bread Warm)'으로 지었다. 3개월 동안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고, 그 덕분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왔다.
 
손님들을 모은 비결은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다. 브레드 웜은 100% 유기농 우리밀만 사용한다. 이스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빵을 구워낸다. 최 대표는 "호밀종, 사과종, 통밀종, 건포도종과 계절과일을 이용해 만든 발효종을 섞어 쓴다. 호밀종의 경우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다. 빵을 먹었을 때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가 잘되며 풍미가 뛰어나다. 계절, 날씨, 습도에 따라 발효종의 상태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빵이 나오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빵에 보존제와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으려는 고집 덕분에 최 대표는 손님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그는 "한 손님이 빵을 사고 이틀 뒤에 곰팡이가 슬었다며 찾아왔다. 죄송하다고 했더니 오히려 이런 빵은 처음 봤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당뇨 때문에 1년간 빵을 먹지 못했다는 손님은 저희 빵을 먹고 혈당체크를 했더니 멀쩡했다며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150여 가지 빵을 만드는 '브레드 웜'의 대표 제품은 특허출원한 통밤식빵과 통딸기생크림케이크다.
 
통밤식빵에는 표백제, 중화제, 노란색소가 가미된 조미밤을 쓰지 않고 순수한 공주통밤을 사용한다. 식빵을 잘라보면 통통한 굵은 통밤이 가득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구수한 밤과 달콤한 소보로, 쫀득한 빵의 식감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최 대표는 "상하좌우 어딜 베어 먹어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재료의 원가가 가장 비싼 빵이면서 만드는 순간 적자인 빵"이라며 다시 웃었다. 이어 그는 "계절마다 밤의 맛이 달라 20㎏을 한 번에 버린 적도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판매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 올 여름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 건강한 우리밀로 만든 빵, 각종 쿠키와 달콤한 수제 잼.

통딸기생크림케이크는 가공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37% 이상 유지방을 함유한 우유생크림과 마스카포네치즈를 섞어 만든다. 케이크에 코를 갖다 대지 않아도 생딸기의 달콤한 향기가 솔솔 퍼진다. 한입 먹으면 진한 우유맛과 묵직한 마스카포네 치즈크림의 부드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여기에다 촉촉한 시트와 통딸기의 상큼한 과즙이 한데 어울려 환상의 맛을 선사한다.
 
천연효모를 사용한 건강빵도 인기만점이다. 이중 캄빠뉴인 '가혜사랑'이 눈길을 끈다. 최 대표의 부인인 채가혜(29) 점장이 가장 좋아하는 빵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신선한 바질향 풍미와 견과류인 마카다미아가 통으로 들어가 씹는 맛이 아주 좋다. 최 대표가 좋아하는 빵은 '베리넛'과 '요거트 통밀'이다. 그는 "베리넛을 먹을 땐 빵이 아니라 통견과류를 씹는 것 같다. 꼭 에너지바를 먹는 듯한 든든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블루베리, 쌀, 초코, 먹물이 들어간 가지각색 식빵과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은 몽블랑도 인기가 많다. 최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가 제빵연구 모임에 참석한다. 그는 "매달 한 번씩 가게 문을 닫고 직원들과 각자 생각한 빵을 구워보는 '연구하는 날'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가게 창문 왼쪽에는 '브레드웜 제빵연구소'라는 작은 간판이 매달려 있다.
 
'브레드웜'에는 특이하게도 시식용 빵이 없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 채 점장이 바로 빵을 잘라 하나씩 쥐어준다. 어떤 빵이든 미리 잘라놓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시식용이라도 최상의 맛을 대접하고 싶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브레드웜'의 빵 맛을 보려고 장유, 창원은 물론이고 밀양, 부산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인천에 사는 한 고객은 택배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배송 후 빵의 상태를 장담할 수 없어 거절한다고 한다.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 등 장사가 잘되고 있는 편이지만 고민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질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재료비 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총수익 중 재료비만 50%를 넘는다. 지난해 11월까지 적자였다. 주위에서 유기농 밀 함량을 조금씩 줄이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최 대표의 철칙은 '1%를 지키자'다.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원칙과 소신을 지켜 건강하고 맛있는 빵 맛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그는 "빵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1%가 달라지면 맛이 변한다. 남들과 다른 1%를 지켜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개인점포를 가지는 날까지 열심히 빵을 구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브레드웜 /진영읍 장등로 90. 055-343-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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